전국을 대상으로 산행을 하다 보면 폭포나 바위가 빼닮은 모습을 목격할 수 있습니다.
 대표적인 곳이 지리산 칠선계곡과 대성골의 이름 모를 쌍바위입니다.
 두 계곡은 우선 공통점이 있습니다. 국국토벌대와 빨치산(파르티잔) 사이의 격전지로, 분단의 아픈 현실을 간직한 현대사 비운의 현장이지요. 50여 년이 흐른 지금은 당시 흔적은 오간 데 없고 물은 물대로, 바위는 바위 대로 수천 수만년을 내려오면서 그래왔듯 묵묵히 인간이 하는 일을 그저 무관심한 듯 바라보고만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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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칠선계곡. 비선담 통제소를 지나 처음으로 계곡을 건너다가 본 쌍바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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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성골의 쌍바위입니다. 사진상으로 전체 모습이 다 나오지 않았지만 칠선계곡의 그것과
           거의 닮은 꼴입니다. 크기는 대성골의 쌍바위가 더 큽니다.
 


 또 있습니다. 칠선계곡의 칠선폭포와 용추계곡의 용추폭포입니다. 아, 또 공통점이 있네요. 모두 함양땅에 있습니다. 칠선계곡은 함양땅 최남단 마천면에, 용추계곡은 함양땅 북동쪽 안의면에 있습니다.
 한눈에 봐도 물줄기가 시원해 보기만 해도 통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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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칠선계곡의 얼굴마담으로 손색이 없는 칠선폭포. 높이는 5m 안팎에 불과하지만 그 당당함은
        이름 그대로 칠선계곡의 얼굴마담으로 손색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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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규모나 높이는 칠선폭포에 비해 약간 뒤지나 전체적으로 모습은 칠선계곡의 당당함에 견줄만 하다.

 경북 청도에서 비슷한 모양의 폭포가 있습니다.
 상운산의 용미폭포와 지룡산의 나선폭포입니다.
 용미폭포는 운문산자연휴양림 관리사무소에서 30분 정도만 오르면 만날 수 있습니다. 천년 묵은 백룡이 힘에 겨운 나머지 꼬리를 바위에 걸쳐 놓은 채 몸통만 승천, 남은 용꼬리가 폭포로 변했다는 전설의 이 용미폭포는 높이나 거무튀튀한 암벽 색 등 첫 인상이 지룡산 배넘이골 인근에 위치한 나선폭포를 쏙 빼닮았습니다.

둘 두 높이는 40m쯤 돼 보이는 오버행 폭포로 비온 뒤에는 천둥소리가 날 정도로 우렁차지만 아쉽게도 평소에는 물이 거의 말라 있다. 특히 나선폭포는 겨울철 빙벽등반지로로 유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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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운문산 자연휴양림 내 숨은 용미폭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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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룡산 나선폭포.








 요즘 가로수 한 그루를 훼손시키면 각 지자체 조례에 의거해 수종에 따라 수십만 원에서 많게는 수백만 원에 달하는 훼손부담금을 냅니다.
 
 도로변에 위치한 가게 주인들이 울창한 가로수들이 간판과 가게를 가린다며 가지를 꺾거나 고의로 약품을 뿌려 고사하게 만든 대가지요

 이 훼손부담금은 나무값에 공사비를 더해 책정한다고 합니다. 만일 일부 훼손했을 경우 수목의 훼손도에 따라 훼손부담금을 부과한다고 합니다.

 가로수가 아니라 산의 나무들을 훼손시켰을 경우에는 산지관리법(옛 산림법)을 적용받습니다.

 이 자리를 빌어 산속의 땅주인을 고발할까 합니다.

 얼마전 거창 덕유산 시루봉을 산행하다 본 장면입니다. 정상에서 하산하다 철조망을 만났습니다. 이런 경우 대개 사유지라고 보면 됩니다.

 뾰족한 방법이 없어 할 수 없이 산행팀은 철조망과 나란히 하산했습니다. 근데 철조망과 경계에 있는 나무들이 굵은 철사줄에 의해 아래 사진과 같이 훼손돼 있는 것입니다.
아마도 철조망을 튼튼하게 하기 위해 철사줄을 탱글탱글하게 쪼아 놓다 보니 이웃한 멀쩡한 나무들이 성장하면서 자연스럽게 속살을 뚫고 들어간 것입니다. 얼마나 아프겠습니까. 만일 백옥같은 피부를 가진 그 산주인의 손자 손녀가 이런 나무의 아픔을 만분의 1이라고 받았다면 그들의 마음을 어떠하겠습니까.

대부분 굴참나무들로 이런 나무들이 상당수에 달했습니다. 명백히 산속의 나무를 훼손한 것입니다.  
이곳 시루봉은 경남 거창군 북상면에 위치해 있습니다. 하루빨리 시정조치돼 나무들이 원래 모습으로 되돌아 왔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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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동물들이 못 다니게 막아놓기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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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철조망은 또 산속의 야생동물이 다니지 못하도록 촘촘하게 막아놓았습니다. 한다미로 산을 망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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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북알프스의 정상 오쿠호타카다케에서 본 후지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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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북알프스의 정상 오쿠호타카다케. 일본 산의 정상에는 대개 조그만 신사가 모셔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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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북알프스의 정상 오쿠호타카다케에서 하산하면서도 한동안 후지산은 시야에서 벗어나지 않는다.



 일본을 대표하는 산은 누가 뭐래도 후지산입니다.
 지난 베이징올림픽 야구 한일전 때 이승엽이 통쾌한 투런 홈런을 날리자 허구연 해설위원이 후지산이 무너진다고 표현할 정도로 일본을 상징하는 산이 바로 후지산입니다.
 해발 3776m로 일본 최고봉입니다. 백두산이 해발 2750m이니 굉장히 높은 봉우리죠. 참고로 두 번째는 남알프스의 히타다케(3192m)이고 세 번째가 우리나라 사람들에게 널리 알려져 있는 북알프스의 최고봉 오쿠호타카다케(3190m)입니다. 일본의 진정한 산꾼들이 가장 가보고 싶어하는 '일본의 마테호른'이라는 닉네임을 갖고 있는 북알프스의 야리가다케는 해발 3180m입니다.

 일본 혼슈 정중앙에 위치한 야마나시현에 위치한 후지산은 1707년 마지막으로 폭발한 휴화산이다.
 예부터 일본인들은 그림과 노래 이야기 등에 후지산의 아름다움을 여러 형태로 표현할 정도로 일본인의 정서를 대표하고 있지요. 생긴 모습은 대칭적으로 균형이 잘 잡혀 있습니다. 또 산꼭대기가 눈으로 덮인 원뿔형의 화산이어서 많은 예술적 주제가 되어 왔습니다.
 해서, 후지산은 일본인들로부터 신성시돼 해마다 7, 8월이면 수천명의 일본인이 산꼭대기의 신사로 산행을 떠납니다.

 하지만 산꾼들의 입장에서 보면 후지산은 사실 흥미를 별로 느끼지 못합니다. 이 산은 온통 조그만 부석(浮石)으로 깔려 있어 한 걸음 오르면 거짓말 조금 보태면 반 걸음 미끄러지는 등 산행지로서의 매력은 사실상 전무하다는 것이 현실입니다. 천황과 마찬가지로 그저 상징성만 존재할 뿐이라는 것이 산꾼들의 견해죠.

 최근 북알프스를 찾은 기자는 최고봉인 오쿠오타카다케(3190m)에서 예상치 않게 후지산을 봤습니다. 그것도 선명하게.
 당시 가이드는 "7년 동안 70여 차례 이곳에 올랐지만 두 번째 보는 것"이라며 감격해 했습니다. 백두산에 올라 천지 보는 것보다 훨씬 더 행운이라고 봐야 되죠.

 야마니시현에 위치한 후지산은 남서쪽의 시즈오카현, 남동쪽의 가나가와현, 동쪽의 도쿄도에선 자주 보이지만 땅덩어리가 넓은 북쪽의 나가노현에선 좀처럼 보기 어렵다는 것이 정설로 내려오고 있답니다.
 오쿠오타카다케와 후지산의 거리는 대략 100㎞ 정도랍니다.
 경부고속도로 상의 부산과 경주의 거리가 68㎞ 정도니까 상상이 약간은 되겠죠.
 한번 감상해 보시죠.

 역시 산행의 참맛은 환상적인 조망에 있다는 정설을 확인시켜 주는 장면입니다.

 예외가 없다. 민족의 영산 지리산 천왕봉에 오르면 반드시 기념 촬영을 한다. 지리산 최고봉인 천왕봉에 힘들게 오른 만큼 사진 한 장을 남기기 위해서다.
 하지만 천왕봉에서 찍은 기념 사진은 누구나 예외없이 거의 천편일률적이다. '지리산 천왕봉 1915m'이라 적힌 정상석 앞에서는 독사진 내지는 두세 사람, 많게는 네뎃 사람이 전부다. 10명 이상의 단체 사진은 찾아볼 수가 없다. 혹 있다고 하더라도 뒷면, 다시말해 '한국인의 기상 여기서 발원되다'라고 적힌 뒷면이 배경이다.
 왜 그럴까.
 '지리산 천왕봉 1915m'라고 적힌 정상석이 서 있는 정상부의 전체 면적이 30
㎡에 불과한 데다 정상석 앞면에서 볼 때 사진을 찍는 사람이 뒤로 물러날 수 있는 공간이 최대 3m 남짓 하기 때문이다. 더 이상 물러나면 그야말로 벼랑이다. 이 때문에 정상에 오른 뒤 약간 상기된 채 사진을 찍을 경우 항상 안전사고의 위험이 도사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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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재 정상석에서 사진을 찍으면 정상석에서 사진 찍는 위치가 3m 정도에 불과해 사진
               찍는 사람의 안전사고가 우려되고, 단체사진도 찍을 수 없어 방향을 돌려놓아야 된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이 같은 사실은 맨 위 사진을 보면 확연히 드러난다. 만일 정상석
               방향을 돌려놓으면 사진에서 보는 바와 같이 거리적으로 여유가 있음을 보여준다.
               아래 사진은
지리산 산행 중 만난 초등학교 4년생인 쌍둥이 자매. 이들은 나중에 종주했다.


 국립공원 관리공단 지리산사무소에 문의를 했다. 돌아온 답은 이랬다.
 이 정상석은 지난 1982년 6월 2일 경남도에서 세웠다. 지금이야 지리산을 비롯한 모든 국립공원은 국립공원 관리공단이 관할하지만 당시에는 경남도가 맡았다. 국립공원 관리공단은 그보다 한참 뒤인 1987년 설립됐다.
 당시 지리산 철쭉제 행사를 겸해 시민등반대회가 열려 전국의 많은 산꾼들이 정상석 제막식에 참여했다. 높은 분들로는 당시 나는 새도 떨어뜨린다는 권익현 민정당 사무총장과 이규효 도지사가 함께 했다.
 남명 조식 선생의 '하늘이 울어도 천왕봉은 울지 않는다'라는 명문이 적힌 기존의 조그만 정상석 대신 헬기로 공수돼 온 1.5m 높이의 정상석의 제막식이 진행되면서 한쪽에선 웅성거림이 들려왔다.
 정상석 뒷면에 '경남인의 기상 여기서 발원되다'라고 적혀 있었기 때문이었다. 물론 천왕봉은 산청군 시천면 중산리와 함양군 마천면 추성리의 경계에 위치해 있지만, 지리산은 함양 산청 이외에 하동 남원 구례 등 5개 시군에 걸쳐 있기 때문에 그 문구는 합당하지 않다는 것이었다. 나아가 천왕봉이 한라산(1950
m)에 이어 남한 땅에서 두 번째로 높은 봉우리여서 당연히 전 국민의 산으로 인식돼야 하기 때문에 '경남' 대신 '한국'이란 표현이 적합하다는 의견이 지배적이었다.
 그러다 가을쯤 어느날 정상석에는 누군지만 모르지만 '경남' 대신 '한국'으로 바꿔 놓아 오늘에 이르고 있다.
 다시 본론으로 돌아와 기자는 정상석이 어느 방향을 봐야 한다는 원칙이 있느냐고 물었지만 공단측은 그렇지 않다고 했다.
 그렇다면 결론은 이미 나왔다. 안전사고 등을 미연에 방지하고 단체사진을 찍을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정상석을 돌려놓으면 되지 않느냐고 묻자 좋은 생각이지만…이라며 말끝을 흐렸다.
 민족의 영산, 남한땅 최고봉 지리산 천왕봉이라서 머뭇거리는 점은 십분 이해한다. 하지만 이제는 만인을 위해 정상석 방향을 되돌려도 될 시점이라는 생각이 든다. 기자만의 생각일까.




 일본의 국립공원 안에 위치한 산장은 우리나라와 달리 개인이 운영하기 때문에 주인의 의지에 따라 시설이 천차만별입니다.
 우리나라의 경우엔 국립공원 관리공단에서 운영하기 때문에 시설이나 운영 면에서 거의 획일적이지요. 이게 꼭 나쁘다는 것은 아닙니다. 최소한의 기본은 하니까요. 뒤집어 본다면 일본의 산장의 경우 좋은 곳은 아주 훌륭하지만 좋지 않은 곳은 형편없습니다. 참 우리나라의 경우 공식명칭은 대피소이지만 일본의 산장입니다.
 최근 다녀온 지리산 장터목 대피소는 일본 어디에 내놓아도 시설 면에서 전혀 떨어지지 아주 좋은 시설을 보유하고 있다고 봐도 무난할 듯합니다.

 얼마전 일본의 북알프스를 다녀왔습니다.
 중부산악국립공원 내에 위치한 일본 최고의 비경지대로 손꼽히는 북알프스는 일본 열도의 중앙부에 거의 남북으로 뻗어 있는데다 3000m가 넘는 일본의 26개 봉우리 중 12개가 집중돼 있어 '일본의 지붕'으로 불립니다.
 지난 1998년 동계올림픽이 열린 나가노현, 동해와 맞닿은 도야마현, 기후현 등 3개 현에 걸쳐 있는 북알프스는 위도상으론 한반도보다 아래지만 대륙의 찬 시베리아 기단이 동해를 건너며 수분을 흡수, 연간 30m 가까운 폭설로 설국을 이루는 곳이죠. 

 북알프스는 규모가 상상 못할 정도로 엄청납니다. 1박 2일에서 2박 3일, 3박 4일 입맛대로 택할 수 있습니다. 종주를 할 경우 최고봉인 오쿠호타카다케(3190m)과 '일본의 마테호른' 야리가다케(3180m)를 거쳐 동해와 맞닿은 도야마와 소설 '설국'의 배경이 되는 니가타와의 경계인 오아시라쯔 해변까지 무려 150㎞를 걷습니다.

 당시 산행팀은 일본 근대 알피니즘의 발상지인 가미코지에서 출발, 가라사와산장에서 1박을 한 후 오쿠호타카다케를 거쳐 가미코지로 되돌아오는 원점회귀 산행을 했습니다. 도상거리  27㎞죠.

 첫 11㎞ 정도는 계곡을 따라 임도 수준의 숲터널을 걷습니다. 하지만 전혀 지루하지 않습니다. 빙하 녹은 물은 흐르는 계류에는 천연기념물인 이와나(岩魚)가 물살을 가르고, 새끼를 등에 태운 일본원숭이가 이리저리 뛰어놉니다.
 산장 또한 정확하게 45분 간격으로 잇따라 나타나 이방인 맞습니다. 묘우진칸, 도쿠사와, 요오코 산장입니다. 묘우진칸과 요오코 산장은 평범하지만 도쿠사와 산장은 달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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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학캠퍼스를 연상시키는 도쿠사와 산장. 소설 '빙벽'의 배경 무대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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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쿠사와 산장 주변에는 일본원숭이가 자주 보인다.

 첫 인상이 대학 캠퍼스 그 자체였습니다. 현지 가이드에 따르면 이유가 있었습니다. 도쿠사와 산장은 북알프스를 배경으로 한 소설 '빙벽'의 주무대로, 아름드리 노거수 아래 너른 잔디밭이 펼쳐져 있어 마치 대학 캠퍼스가 연상됩니다.
 지난 1980년 출간된 소설 '빙벽'은 일본을 떠들석하게 했던 실화를 모티브로 한 등산연애소설. 친구간의 우정과 한 여성에 대한 삼각관계 그리고 대자연과 도시의 어지러운 발걸음을 교차시키며 전개되는 산사나이들간의 드라미틱한 사연이 담겨 있습니다.
 이 소설이 출판되면서 당시 많은 일본인들이 북알프스의 이곳 도쿠사와 산장을 찾아 인산인해를 이뤘다고 전해옵니다.


             


 인간에게 산은 어떤 존재로 다가올까요.
 산은 우선 인간에게 미적 감각을 키워 줍니다. 사시사철 변하는 산의 오묘한 표정과 빛깔은 인간의 상상력을 능력 이상으로 발휘하게 해줍니다. 파란 하늘 아래 펼쳐지는 진달래 철쭉 계곡 억새 단풍 눈꽃 등은 삼라만상의 그 어떤 것보다 인간으로 하여금 아름다움을 느끼게 해주는 존재가 될듯 합니다.
 산은 또 건강을 안겨다 줍니다. 개인적으로 기자는 산에 다니기 전에 만성 소화기 궤양 환자였습니다. 일주일에 한번씩 5년을 다니고 나서 최근 내시경 검사를 해보니 말끔하게 다 나았다고 합니다. 그렇습니다. 건강에 산이 최고입니다.
 산은 평정심을 가르쳐 줍니다. 아무리 낮은 동네 뒷산이라도 마음이 흐트러지거나 아니면 자만심을 잠시라도 갖게 되면 어김없이 혹독한 처벌을 내립니다. 산에서의 안전사고는 대개 잠시 마음의 끈을 놓았기 때문입니다. 겸손과 미덕을 다시 한번 되새기게 해줍니다.

 이렇게 고마운 산을 해코지하는 이가 바로 몹쓸 인간입니다.
 인간의 욕망은 정말 끝이 없나 봅니다. 자신의 목적을 위해선 산까지 불태우니까요.

 산행을 하면서 바로 인간을 원망하며 안타까워 한 적이 두 번 있었습니다.
 하나는 창녕 영취산이었고, 또 하나는 지리산 제석봉이었습니다. 두 경우 모두 돈에 눈 먼 인간들이 불을 질렀답니다.
 곧 송이버섯의 계절이 다가옵니다. 울진 봉화 그리고 대구 팔공산 지역이 유명한 산지입니다. 부산서 가까운 창녕 또한 송이버섯으로 유명합니다. 화왕산 관룡산 그리고 영취산이 주산지입니다.
 하지만 지금 영취산은 화마(火魔)가 할퀴고간 상처가 고스란히 남아 산꾼들의 발걸음을 무겁게 하고 있습니다.
 처음에는 얼핏 고사목처럼 보였지만 산에서 만난 한 주민은 불에 타서 그렇게 됐다고 말했습니다. 사연은 이랬습니다.
 8년 전 송이 재배지 입찰에 탈락한 농민이 홧김에 방화를 했다는 것입니다. 송이로 유명한 영취산이 결국 송이 때문에 불에 탄 것입니다. 끝없는 인간의 욕망이 아름다운 영취산을 망가뜨려 씁쓸한 생각을 지울 수가 없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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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취산 667봉 주변에는 8년전 화마(火魔)가 할퀴고 간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 있다. 얼핏 고사목
         처럼 보이지만 불에 타 죽어가고 있다.


 다른 하나는 지리산 제석봉의 고사목입니다. 장삼이사들은 제석봉 구상나무 고사목을 보고 아름답다고 하지만 그 이면에는 도벌꾼들의 분별없는 욕심이 숨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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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리산 제석봉 고사목들.

 원래 제석봉은 산림이 우거져 대낮에도 칠흑같이 어두워 하늘이 보이지 않을 정도였다. 구상나무들이 해발 1800여m의 제석봉 전체를 뒤덮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이 아름다운 제석봉은 40여년 전 도벌꾼들이 이곳의 아름드리 나무들을 벌목한 뒤 그 흔적을 없애려고 불을 지르는 바람에 지금과 같이 고사목 지대로 변해버린 것입니다. 사람들의 욕심이 자연을 망치는 결과가 어디 여기 뿐이겠는가마는 참으로 씁쓸하기 짝이 없습니다. 그냥 베어가고 말지, 불을 왜 질렀는지.
 여기에다 정부나 지자체 혹은 산림청 국립공원 관리공단 등이 이 고사목 지대를 오랫동안 방치해오는 동안 고사목까지 대부분 잘려나가 황량하기 짝이 없는 모습을 하고 있습니다.
 하얗게 탈색된 고사목은 멀리서 보면 운치가 있습니다. 감탄이 저절로 나옵니다. 하지만 전부 죽었죠. 생명이 사라진 빈껍데기입니다.
 필부들은 제석봉 고사목을 배경으로 일출이나 일몰 그리고 설경의 모습을 찍어 아름다움을 감상하지만 사실은 이러한 사연이 숨은 줄은 잘 모르고 있는 것 같습니다.
 제석봉의 고사목 지대는 칠선계곡에 남아 있는 목기 제작소의 흔적과 무관하지 않다고 합니다. 옛날 지리산 아래 추성리 사람들의 일부는 목기 제작을 하며 생업을 유지해왔기 때문입니다.


 아빠 졸라 지리산 종주한 씩씩한 4학년생 쌍둥이 자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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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빠와 함께 한 쌍둥이 자매. 백무동에서 장터목 가는 하동바위 코스 중간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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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리산 천왕봉에 오른 쌍둥이 자매. 사실 누가 지영인지 지선인지 잘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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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을 찍고 나서 아빠를 내버려둔 채 다시 속도를 내는 쌍둥이 자매(왼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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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복장으로 봐선 영락없는 산꾼인 쌍둥이 자매. 아빠보다 앞서 있다. 하동바위 코스 오름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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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자 아저씨와 인사하는 쌍둥이 자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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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석대피소 가기 전 아빠와 함께 촬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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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날씨가 풀리며 덩달아 표정이 밝아지는 쌍둥이 자매. 해맑은 표정이 왠지 정이 간다. 벽소령에서
     연하천으로 가는 도중 전망이 트이는 지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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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석대피소를 배경으로 촬칵.


 지난달 22일 오전 10시30분께 지리산 하동바위 코스의 중간쯤인 소지봉과 참샘 사이 돌계단길.

 전날 기자는 국립공원 관리공단 지리산사무소의 취재 허가를 얻어 칠선계곡을 통해 천왕봉에 올라 장터목 대피소에서 1박을 하고 하산하는 길이었다. 전날 오전 5시에 부산에서 출발, 2시간 30분 동안 운전한 데다 마폭포에서 천왕봉까지의 '마의 코스'를 포함 장장 9시간쯤 강행군을 한 기자는 장터목에서 세상 모르고 모처럼 단잠을 잤지만 피로가 가시진 않았다.
 전날 천왕봉에서 하산할 무렵부턴 비가 부슬부슬 내리드니 다음날 아침 눈을 뜨고 보니 바람을 동반한 장대같은 폭우까지 내리고 있지 않은가. 듣기로는 천왕산 입산 금지가 내려졌단다.
 다행히 시간적 여유가 있어 비가 좀 그칠 때까지 기다리다 오전 9시께 빗줄기가 약해지자 백무동을 향해 하산하기 시작했다.

 하동바위 코스는 중산리 코스와 같이 천왕봉으로 오르는 최단 코스일 뿐 특별히 볼거리가 없는 지루한 돌길의 연속이다.
 하염없이 반복되는 돌길을 내려가고 있는데 어디선가 아이의 씩씩한 구령 소리가 들리지 않는가. 무료하던 차에 기자는 누굴까 하고 관심을 보이며 기다렸다. 근데 안경 쓴 여자 아이였다. 그것도 둘씩이나.
 알고보니 쌍둥이였고, 그들이 구령소리를 씩씩하게 붙인 건 뒤쳐지는 아빠를 격려하기 위해서였다.
 대전 한밭초등학교 4학년 김지영 김지선이라고 했다. 체구는 나이에 비해 작았지만 한마디로 야무지고 옹골찼다.
 뒤따라오던 아빠 김영환(48) 씨는 쑥쓰러우면서도 싫지 않은 듯 "저 놈들이 왜 이리 빨리 가지, 어휴 힘들어 죽겠네"라며 끌끌 웃었다.
 김씨 모녀 3인은 지리산 종주를 시작하는 길이라고 했다. 종주를 시작하게 된 사연이 재미있었다.
 아빠가 안갈려는 쌍둥이들을 데리고 간 게 아니라 쌍둥이들이 갈 생각이 별로 없는 아빠를 마구 졸라 지리산 종주에 나섰다는 것이었다.
 아빠의 입을 잠시 빌리자면 애들이 다니는 한밭초등학교는 방학 전에 과제로 어떤 체험학습을 할 것인지 미리 보고서를 제출해야 했다. 문제는 쌍둥이들이 아빠와 상의도 하지 않고 대뜸 지리산 종주 계획을 제출한 것이었다.
 산행 출발 전 아침 일찍부터 비가 제법 내리자 머뭇거리는 아빠에게 어서 출발하자고 재촉한 것도 쌍둥이였다.
 복장도 제법 알차게 갖추고 있었다. 등산화에 두건 그리고 배낭에 커버를 씌운, 제대로 된 산꾼의 모습 그대로였다.
 기자가 본 잠깐 동안의 이들 부녀는 쌍둥이가 앞서 가며 뒤따라오는 아빠를 독려하는 식이었다. 지나가는 사람들도 모두 재미있다며 모두 약속이나 한 듯 시선을 그쪽으로 돌리는 것이 아닌가.
 하산하는 기자와 오르는 쌍둥이 부녀는 이렇게 잠깐 동안의 만남을 갖고 연락처를 교환한 후 헤어졌다.

 본업으로 돌아온 기자는 취재 후 산행기와 다른 잡무를 보느라 잠시 쌍둥이를 잊다 어제 쌍둥이 아빠와 통화를 했다.

 지리산 종주를 마치고 무사히 돌아왔다고 했다. 당초 1박 2일로 예정했지만 연하천 대피소에서 하루 더 1박을 했다고 했다. 그러면서 아빠는 아무런 사고 없이 다녀와 첫 종주치고는 100% 성공이었다고 덧붙였다.
 개인적인 질문도 빠뜨리지 않았다. 쌍둥이 아빠는 20대부터 40대 초반까지 산을 엄청 많이 다녔고 지리산 종주도 20여 차례나 한 베테랑 산꾼이었다.

 "종주 첫날은 날씨가 계속 안좋아 천왕봉까지 겨우 다녀왔지만 그 다음날부터는 날씨가 너무 좋아서 애들이 너무 신나게 산행을 했습니다. 남해바다가 보일 땐 다함께 만세도 불렀죠."

 지리산을 찾은 많은 등산객들도 쌍둥이를 볼 때마다 힘내라며 격려도 아끼지 않았단다. 2박 3일 종주 동안 '지리산의 스타'는 단연 쌍둥이였다는 것이었다. 이런 말을 기자에게 전하는 아빠도 전화기 넘어로 표정은 보이진 않지만 분명 신이 났을 것으로 확신한다.

 가족 관계를 여쭤봤다. 쌍둥이 자매 위에 6학년 딸아이가 하나 더 있다고 했다. 밝힐 순 없지만 첫째에게 중요한 일이 없었다면 부인과 함께 온 가족이 종주를 했을텐데 라며 아쉬움을 전했다. 그러면서 부인도 무척 산을 좋아한다고 덧붙였다.
 지리산 종주 후 쌍둥이들은 이제 산의 맛을 조금 알았는지 다음 산행지는 가까운 계룡산으로 벌써 정해 며칠전 발표했다고 전했다.

 당시 그 말을 듣고는 엄마가 한마디 했다고 한다.
 "한동안 열심히 산에 다니던 아빠가 잠잠해지니까 조그만 딸들이 이제 산에 갈려고 하네, 어휴 내 팔자야."

 아래 글은 쌍둥이들이 지리산을 다녀와 제출한 보고서 내용이랍니다. 사진과 함께 메일로 보내왔습니다.


자연체험학습 보고서

장소:지리산
때:2008년8월22일(금)~2008년8월24일(일)
목적: 종주, 지리산에 맑은 공기와 시원한 바람을 맞으며 자연의 소중함과 필요함 그리고 자신이 높은 산을 올랐다는 성취감을 느끼기 위하여.

   ** 지리산 종주 일정 **
         8월22일
           08:00 백무교 출발
           09:30 하동바위 도착(1.8km)
           10:05 참샘 도착(0.8km)
           10:30 소지봉 도착
           12:30 장터목 도착(5.8km)
           14:00 장터목 대피소 출발(천왕봉go)
           15:10 지리산 정상 도착(천왕봉1915m)            
           16:00 장터목대피소 도착
         8월23일
           07:00 장터목 출발
           09:00 세석 대피소 도착(3.4km)
           11:30 선비샘 도착
           12:20 벽소령 입구 도착
           13:00 벽소령 대피소 도착(6.3km)
           14:30 벽소령 대피소 출발
           16:50 연하천 대피소 도착(3.6km)
         8월24일
           09:00 연하천 대피소 출발
           10:40 토끼봉 출발(2.4km)
           11:13 화개재 도착
           11:40 삼도봉 도착
           12:13 노루목 도착
           12:50 임걸령 도착
           14:40 노고단 도착(천왕봉~노고단25.5km)

 속세에 찌들린 속리산(俗離山) 산이름부터 바꿔라

 "5시간 남짓한 산행 코스에 휴게소, 그것도 컵라면 등 국물이 있는 음식물을 파는 곳이 8군데라니…."
 "정말 국립공원이 맞나 의심이 들 정도로 휴게소 관리가 방만하다. 모두 없애고 산꾼들을 위한 산장 1, 2곳을 만들면 좋을텐데."

 속리산 산행을 마칠 무렵 산행팀과 동행한 몇몇 산꾼들의 속리산 산행에 대한 소감이다. 기자가 봐도 휴게소가 필요 이상으로 많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태평 세심정 용바위골 보현재 냉천골 문장대(정상) 신선대 금강. 모두 휴게소 이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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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법주사에서 문장대로 오르는 2시간도 채 안걸리는 구간에서 한 굽이 오르면 휴게소를 하나씩
         만날 정도로 휴게소가 난립해 있다.



 무엇보다 모순되는 점은 등산로 입구에 '상수원 보호구역 저수지'와 그에 따른 일반인의 출입을 막기 위해 계곡에 철조망을 둘러놨지만 정작 바로 옆에는 국물 있는 음식물을 버젓이 팔도록 내버려 두고 있다. 그것도 불과 10m도 떨어지지 않은 거리에 간이 정화조만 설치해 놓고.
 세심정 휴게소 앞에는 보은군수 명의로 오물을 버리는 행위, 자연환경을 훼손하는 행위 등은 관련법에 따라 처벌을 받게 된다는 커다란 알림판까지 세워 놓고 있다.

 이 정도라면 차라리 참을만했다. 한 발 물러서서 산행하는 사람들에게 직접 피해는 주지 않으니까.
 휴게소 앞을 지나면서 강제로 들어야만 하는 상인들의 호객행위는 정말 참을 수가 없다. 더욱이 한 휴게소에선 아예 드러내놓고 속리산 명물인 솔잎술을 한 번 마셔보고 사라는 강요까지 한다.
 더욱 가관인 것은 문장대 앞 정상 휴게소에서 뿜어져 나오는 소음 수준의 유행가 음악 소리. 2시간 동안 땀을 흘리며 올라 활짝 웃어야 할 곳에서 귀를 막아야 되는 장면은 차라리 비극에 다름 아니다..

 속리산(俗離山). 이름 자체가 속세를 떠난다는 뜻 아닌가. 귀를 막아야 하는 그 순간만은 속리산을 어서 빨리 떠나야겠다는 생각만 들 뿐이었다.

 속리산 국립공원 관리사무소에 문의를 했다. 그들도 전혀 모르는 바는 아니었다.
 문제는 속리산 주변 대부분의 토지가 온통 사유지라는 점이다. 보은 쪽 속리산은 대부분 법주사 소유이고, 상주 쪽 속리산은 대구의 모 교육재단 부지이다. 이와 관련 국립공원 관계자는 "6, 7년전쯤 휴게소와 연관이 있는 법주사와 대구의 모 교육재단, 보은군, 상주시 관계자가 휴게소 철거와 관련된 모임을 가졌지만 이권 문제가 걸려 있어 현실적으로 타결이 어렵다는 것을 확인하는 수준에 그쳤다"고 말했다.

 다행히 경북 상주시에 속하는 문장대 휴게소가 올해 연말까지 철거, 이 자리에 생태복원 사업을 계획하고 있지만 소유주인 대구의 모 교육재단이 건물철거를 반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장기화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하지만 보은에 속하는 속리산 쪽 휴게소는 조계종 소유라 휴게소 철거 문제가 언급조차 되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이와 관련, 국립공원 속리산사무소는 "장기적으로 휴게소를 줄여 나가겠다"는 의례적이고도 원론적인 입장만을 되풀이했다.
 
 법주사~문장대 구간은 왕복 등산에 5시간 정도에 불과해 산꾼들에게 편의 제공보다는 생태복원이 더 큰 의미를 갖고 있다. 한마디로 편의 제공은 어불성설이라는 것이 산꾼들의 생각이다.

 속리산을 찾은 한 산꾼은 "같은 국립공원인 가야산의 경우 기존 대피소 마저 없애는 판"이라며 "속리산에서 휴게소 철거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면 우선은 산이름부터 바꿔야 할 것"이라고 일침했다.

 산행을 하다 보면 눈요기꺼리가 제법 있답니다. 만일 이런 볼거리가 없이 그냥 산만 타고 귀가한다면 아마도 절반 이상은 향후 산에 가지 않을 겁니다.
 잘 생긴 분재같은 소나무라든지, 희귀한 야생화나 좀처럼 보기드문 새, 그리고 발아래 펼쳐지는 귀똥찬 조망이 우선 떠오르는 예가 아닐까요.
 그 중 압권은 뭐니뭐니해도 남녀 성기를 닮은 바위일겁니다. 사실 우리네 시골 마을 어귀에는 신성시되는 이러한 성기 모양의 바위가 제법 있습니다. 하지만 산속에는 드뭅니다.
 재수좋게 우연히 발견한 몇 개의 바위를 소개합니다.

#의성 금성산~비봉산 남근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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밧줄에 의지해 암릉을 내려와(왼쪽) 전망대에서 뒤돌아보면 앞서 내려온 암릉의 맨 우측 끝단 소나무 아래 남근석이 절묘하게 걸쳐져 있다.

 경북 의성군 너른 벌판 위에 마주보고 우뚝 선 두 산은 흔히 종주 코스로 애용됩니다. 걷는 시간만 5시간 정도.
 신라 천년고찰 수정사를 경계로 마주보고 있는 두 산의 산세는 확연히 다릅니다. 금성산(530m)이 무엇이든 품에 안을 것 같은 넉넉함을 갖춘 반면 봉황이 날아가는 듯한 형상인 비봉산(671m)의 능선은 아스라한 절벽을 이룬 암릉길로 멋도 있고 타는 재미가 있지요.
 남근석은 비봉산에 있지요. 금성산과 비봉산을 정상을 지나 하산길에 있지요. 수직절벽과 기암괴석을 오르내리다 약 15m쯤 되는 수직절벽을 밧줄에 의지해 내려간 후 바로 산길로 가지말고 왼쪽의 전망대로 발걸음을 옮깁니다. 여기서 고개를 돌려 방금 내려온 암벽의 맨 우측 끝단 소나무 아래를 보면 남근석이 기암절벽에 걸려 있죠. 그야말로 절묘한 위치입니다. 이 남근석은 이 산을 찾았다고 해서 아무나 볼 수 있는 것이 아닙니다. 자칫 잘못하면 놓치기 십상입니다.

#장흥 천관산 양근석과 금수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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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녀 성기를 닮은 바위와 굴인 양근석(왼쪽)과 금수굴. 신기하게도 마주보고 있다.

 천관산(723m)은 지리산 월출산 내장산 내변산과 함께 호남의 5대 명산입니다. 웬만한 산꾼이라면 벌써 다녀왔거나 아니면 한번쯤 가봤으면 하고 벼르고 있을 꽤 이름있는 산이랍니다.
 천관산은 한마디로 기암괴석의 산이라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상상도 못할 만큼 오묘한 수석전시장을 방불케 합니다. 천재 조각가들의 불후의 명작을 산 전체에 골고루 진열해놓은 듯합니다.
 조선시대 인문지리서 '신증동국여지승람'에서 '천관사에서 남쪽을 바라보면 오똑한 것, 숙인 것, 우묵한 것, 입벌린 것, 울퉁불퉁한 것 등 기이한 암석이 많다'는 대목은 이를 잘 대변해주고도 남습니다.
 천관산은 또 억새 명산입니다. 가을이면 산사면이 온통 누른 억새의 물결로 넘쳐납니다. 여기에 막힘없는 다도해 국립공원의 조망은 그 어느 명산이 흉내낼 수 없는 자랑이기도 합니다.
 이 천관산에는 남녀의 성기를 닮은 바위와 굴이 있습니다. 바로 양근석과 금수굴입니다.
 양근석은 천관산 등산을 하면 놓칠 수가 없습니다. 등로 바로 옆에 있으며 커다란 안내판과 친절한 설명이 적혀 있기 때문입니다.
 힘차게 뻗은 모양이 발기한 남자 성기를 그대로 빼닮았습니다.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기운이 넘치는 모양새 그대로입니다. 높이는 4m 내외. 귀두를 감싼 고리는 일부로 조각해 놓은 것처럼 선명하게 파여 있죠. 또 바위의 뿌리에는 불알 모양으로 둥근 바위 두 개가 붙어 있습니다. 자연석이 이처럼 비례에 맞추어 완벽한 모양을 하고 있는 것은 이 바위가 유일할 것으로 사료됩니다.
 천관산에는 여성 성기의 모양을 한 굴도 있습니다. 양근석이 위치한 능선과 마주보는 능선상에 여성의 성기를 빼닮은 금수굴이 있어 자연의 오묘한 조화에 놀라움을 금할 길이 없습니다.

#제천 월악산 남근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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덕주사 입구의 남근석과 월악산 정상인 영봉.

 신라의 마지막 왕자인 비운의 마의태자와 그의 누이 덕주공주의 애틋한 사연이 담겨 있는 월악산에도 남근석이 있답니다. 풍수지리적으로 볼 때 월악산은 음기가 왕성한 산. 여기에 덕주사 뒷편인 제천시 수산면 수산리 쪽에서 바라보이는 월악산은 영락없는 누워있는 여인의 얼굴모습을 빼닮았습니다.
 해서, 옛 선조들은 월악산의 음(陰)의 지기(地氣)를 누르고 음양의 조화를 이루기 위해 남근석을 세웠답니다. 세월이 지나면서 월악산의 음기를 중화시키고자 세운 남근석이 아들을 바라는 여인들의 소망을 기원하는 대상으로 변해 윗부분이 잘려나가 보는 이로 하여금 안타까움을 주고 있습니다.


 남자 성기를 닮은 버섯도 덤으로 소개합니다.
 표충사에서 보이는 다섯 봉우리 다시 말해 '재약5봉' 중 하나인 필봉을 오르면서 조우한 성기를 닮은 버섯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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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민족의 영산 지리산 자락의 한봉농가들이 반달가슴곰(이하 반달곰) 때문에 수난을 당하고 있답니다. 벌꿀을 먹으러 온 반달가슴곰이 정성껏 가꾼 벌통을 덮쳐 한해 토봉농사를 망쳐놓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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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일 경남 하동군 목통마을의 한 토봉농민이 반달가슴곰에 의해 파손된 벌통을 수습하고 있다. 김세주 기자 sjkim0@kookje.co.kr 

 어제(7일자) 국제신문에 따르면 지난 6일에도 하동군 화개면 목통마을의 벌통을 30~40통이나 먹어치웠다고 합니다. 이에 따라 국립공원 멸종위기종복원센타 직원들이 양봉농가 피해현장을 확인하기 위해 이곳을 방문했을 때도 멀리서 벌통을 찾아헤매는 반달곰이 목격됐답니다.
 문제의 반달곰들은 복원센터가 지난 2004년부터 지난해까지 러시아 연해주와 북한에서 들여와 방사한 것들입니다. 총 27마리 중 증식용으로 사육 중인 4마리와 폐사 또는 실종된 7마리를 제외한 16마리가 현재 지리산에서 야생하고 있습니다. 몸무게가 30~80㎏에 달하는 반달곰은 먹이감이 부족해 마을 주변으로 내려와 농작물에 피해를 입히고 있습니다.
 하동군 토봉협회에 따르면 반달곰들이 지금까지 먹어치운 벌꿀이 2000여만 원어치에 이른다며 피해 확산을 막을 수 있는 근원적인 해결책이 필요하다고 합니다.
 종복원센타는 이 같은 피해가 빈발하자 벌통 주변에 전기울타리를 설치하는 등 대책을 마련했으나 꿀맛에 빠진 곰에게는 역부족이었습니다. 나무에 기어올라가 전기울타리를 뛰어넘거나 땅을 파고 들어와 노리던 벌꿀을 손에 넣고야 만다는 게 종복원센터 관계자의 설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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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면에 들어간 반달곰(사진 위 왼쪽). 방사되는 반달곰(사진 아래 오른쪽).

 산행을 담당하는 기자는 지리산에서 직접 반달곰을 보지는 못했지만 목격했다는 얘기는 지금까지 많이 들었습니다. 최근에는 산꾼들로부터 이런 경험담도 들었습니다. 요즘 반달곰들은 머리가 좋아 등산로 주변에 머물다 산꾼들이 보이기 시작하면 잽싸게 나타나 먹을 것이 들어 있는 베낭을 빼앗아 달아난다구.

 기자는 반달곰 벌꿀 탈취 사건의 7일자 신문 보도를 보면서 일전에 들었던 베낭 얘기가 일순간 머릿속에 오버랩 됐습니다. 해서, 국립공원 멸종위기종복원센터로 직접 문의를 해보았습니다. 과연 베낭을 갖고 도망가는 것이 사실인지도 확인해볼 겸해서 말입니다.
 멸종위기종복원센터 직원은 7일자 국제신문을 비롯한 일부 언론에 반달곰의 토봉 탈취 소식이 보도되자 아침부터 지금까지 끊임없이 문의전화가 쇄도하고 있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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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사되는 지리산 반달곰(왼쪽)과 지난해 회수된 반달곰 천왕.

 신문 보도와 관련, 멸종위기종복원센터 직원은 이렇게 말했습니다. 익명을 전제로 그는 현재 지리산자락에서 토봉을 하는 곳이 대략 400군데 정도 된답니다. 대개 산속에 있기 때문에 이번뿐 아니라 이후에도 이와 유사한 일이 빈번하게 일어날 것이라고 했습니다. 사람보다 후각이 12배 정도 뛰어난 개보다 후각이 7~8배 발달한 반달곰이 산속에 위치한 벌꿀 통에 든 꿀을 먹는 것은 지극히 정상적인 상황이라고도 했습니다.
 문제는 피해를 최소화하면서 어떻게 보상을 해야될 지 그게 막막하답니다.

 그리곤 이런 말도 했습니다. 러시아나 중국처럼 땅이 넓은 곳에서 서식하는 반달곰들은 사람과의 접촉이 없으니까 인간이나 곰에게 아무 문제가 없답니다. 하지만 우리의 경우 곰이 활동하기에는 지리산이 너무 좁아 발생하는 필연적인 문제라고 합니다.
 만일 등산객들이 반달곰을 만날 경우 그냥 모른체 하면 아무 문제가 없는데 사진을 찍기 위해 김밥이나 초코릿, 사탕 등으로 유인했기 때문에 반달곰이 점차 야생성을 잃어 토봉을 탈취하게 됐다는 것입니다. 결국 반달곰의 토봉 탈취는 부주의한 인간에서 비롯된 것이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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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응에 실패한 천왕이를 과자로 유인한 후(사진 위) 마취를 시켜 결국 회수하는 국립관리공단 직원들. 사진제공=환경부, 국립공원관리공단, 연합뉴스, 김인수 기자 iskim@kookje.co.kr 


 멸종위기종복원센터 직원은 기자에게 이렇게 물었습니다. 반달곰이 베낭을 탈취한다는 말을 들은 적이 언제냐고. 작년쯤인 것 같다고 답하니까 그는 그 반달곰이 지난해 5월 회수돼 앞으로는 그런 일이 없을 것이라고 단언했습니다.
 그 놈의 이름은 '천왕'이라 했습니다. 지난 2004년 방사된 천왕이는 처음부터 적응을 잘 하지 못해 탐방로 주변을 맴돌더니 결국 야생성을 잃었다고 합니다. 얻어 먹다 잘 안 주니 빼앗게 되고 그것마저 잘 안 되니 산속의 음식물 쓰레기를 뒤지게 돼 결국 적응 실패로 판명돼 지난해 5월 회수돼 현재 구례 인근 인공생태학습장에 있다고 합니다. 그러니까 산꾼들의 베낭 탈취 상습범이었던 천왕이가 체포돼 구속수감(?) 중이어서 지리산에서 베낭 뺏길 일은 지난해 5월 이후 사라진 셈이랍니다. 그러면서 지난해 5월 이후 베낭을 반달곰에게 빼앗긴 사람이 있습니까 라고 자신있게 반문했다.

천왕이를 회수해 신체검사를 해 본 결과 놀라운 점은 42개의 이빨 중 20개가 썩어 있었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천왕이와 함께 방사한 반달곰 중에는 지리산에 완전히 적응해 등산로 주변에는 일절 나타나지 않는 반달곰도 있다고 합니다. 사람의 종류가 천차만별이듯 곰도 마찬가지인 듯 합니다.

 현재 지리산 종주길에는 반달곰 주의를 알리는 노란색 현수막이 10여 개 걸려 있습니다. 멸종위기종복원센터 관계자는 진정으로 반달곰을 생각하고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서라면 음식물을 절대 주지 말고, 지정 등산로 이외에는 절대 다녀서는 안 된다고 합니다. 반달곰뿐 아니라 자기자신을 위해서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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