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니기리 전문점
부산 금정구 부산대 앞 '카모메'



 일본인들이 가장 간편하게 즐겨 먹는 음식 중 하나가 오니기리이다. 이 음식은 꼬들꼬들하게 지은 밥에 소금과 참기름 등으로 간단하게 간을 한 후 우메보시나 단무지를 넣어 먹는 주먹밥.

 원래 오니기리는 사무라이들이 간편하게 먹을 수 있게 고안된 일종의 전투 식량이었다. 일본 영화나 드라마를 보면 배우들이 아주 자연스럽게 오니기리를 먹는 장면이 흔히 나온다. 

 오니기리를 소재로 만든 음식 영화도 있다. 지난 2006년 국내에서도 개봉된 '카모메 식당'이 바로 그것. 카모메는 일본어로 기러기. 이 영화는 오니기리를 만드는 일본 여인이 핀란드에서 가게를 열어 살아가는 이야기를 소소하게 그려 제법 괜찮은 반응을 얻었다. 이런 점을 보더라도 오니기리는 일본인들에게 단순한 음식 그 이상의 존재로 뿌리 깊이 각인된 듯싶다.

 그 오니기리가 한국인의 입맛에 맞게 속재료를 다양화해 젊은 층의 입맛을 사로잡고 있다. 금정구 장전동 부산대 인근에 지난 1월 문을 연 '카모메'(051-933-9523)가 대표적 진원지. 가게 이름은 당연히 영화 '카모메 식당'에서 따왔다.

 문을 열고 들어서면 아기자기한 인테리어로 조그만 카페에 온 듯하다. 테이블은 2인용 7개와 바 3자리. 정원이 17명인 셈이다.



 메뉴는 크게 오니기리와 누들. 오니기리는 18가지로 다양해 입맛대로 고를 수 있다. 가장 인기가 높은 치즈 날치알, 여성들이 좋아하는 참치 마요네즈(오른쪽 사진), 매우면서도 은근히 중독성이 강한 불닭, 어린이들의 사랑을 독차지하는 구운 스팸, 중년 남성들이 선호하는 명란젓과 부추청어알 오니기리 등등. 메뉴에 표시된 빨간 별표는 매운맛을 의미한단다. 가격은 대부분 1500~2000원. 하나만 먹어도 간단히 요기는 되지만 보통 오니기리 하나에 누들류 하나를 곁들인다. 물과 장국 그리고 락교와 단무지는 셀프.
(아래 사진)

 치즈 날치알과 참치 마요네즈, 불닭 오니기리를 시식했다. 오니기리 위에는 속내용물이 약간 토핑돼 나온다. 부드럽고 고소한 크림치즈와 입안에서 톡톡 터지는 날치알의 조화가 일품인 치즈 날치알 오니기리는 왜 최고 인기품목인지를 맛으로 웅변한다. 검은 깨와 단무지가 속속 박혀 있는 밥은 약간 차지면서도 쫀득하며 내용물 또한 푸짐하다. 사실 편의점의 삼각김밥과 별 차이가 있겠나 싶었지만 큰 오산이었다. 참치 마요네즈 오니기리는 새콤달콤, 불닭 오니기리는 알싸하게 맵지만 가장 기억에 남는 맛이었다. 젊은 층의 입맛을 잘 아는 이대정(29) 주방장의 솜씨 덕분이다.

가쓰오부시가 팔락팔락 춤을 추는 볶음우동. 아주 맵다.

일본 현지 맛보다 맛있는 나가사키 우동.


 누들류는 볶음우동(5000원)과 나가사키 짬뽕(5500원)을 맛봤다. 토핑한 가쓰오부시가 팔락팔락 춤을 추는 볶음우동은 별미지만 예상보다 매웠고, 사골 육수를 쓴 하얀 국물의 나가사키 짬뽕은 일본 현지 것보다 맛있다. 세트 메뉴는 연인들이 주로 찾는다. 누들 하나에 오니기리 두 개가 나와 실속 있다.

       이대정 주방장과 허진아 대표(오른쪽).

 허진아 대표는 "호기심으로 들어왔다 일단 맛만 보면 바로 단골이 된다"며 "인근 아파트촌의 학원 다니는 아이 엄마들이나 여학생들이 테이크아웃하는 비율이 30%에 달한다"고 말했다.

 패스트푸드와 슬로푸드의 경계에 있는 듯한 오니기리, 바쁘고 호주머니 가벼운 현대인의 생활 패턴에 딱 맞는 음식인 듯하다.

'카모메' 입구.

진열된 오니기리.




 

스테레오스코프(stereoscope)라는, 입체경(立體鏡)으로 번역되는 광학기계가 있습니다. 안경처럼 생긴 이 문명의 이기(利器) 아래 동시에 찍은 항공사진 2장을 놓고 보면 처음엔 잘 보이지 않다가 초점이 맞춰지는 순간 사진 속의 마천루나 수목들이 오뚝이처럼 벌떡 일어나 눈앞에 나타나지요.

 그 숱한 발길로 친숙한 동네 뒷산을 오르내려도 그냥 지나쳐버리기 쉬운 남근석 여근석도 마찬가지입니다. 아무 생각없이 걷기만 한다면 평생 지척에 두고도 그냥 지나쳐버릴 수도 있겠지만 스테레오스코프를 보듯 꼼꼼히 살펴보면 영락없는 성기(性器)의 형상을 한 '거시기'가 한눈에 쏘옥 들어오지요.

 남근석은 흔히 양근석 입석 선돌 장군석 낭군석 좆바위 불알바위 등으로 불리고, 여근석은 밑바위 여궁 처녀바위 샅바위 등의 닉네임을 갖고 있지요. 또 남근과 여근이 함께 있으면 부부암, 비슷한 남근이 그 밑에 있으면 자식바위라 칭하고 이 모든 것을 뭉뚱그려 관련 전문가들은 성석(性石)이라 표현하지요.

 성석을 닮은 바위나 폭포 구릉 등의 지형을 보면 점잖은 사람들은 애써 고개를 돌립니다. 평범한 장삼이사들은 감탄사를 연발하며 그냥 웃지요. 하지만 무엇인가를 간절히 바라는 사람들은 그 앞에서 고개를 숙이고 기원을 드립니다.

 예부터 성석은 숭배 대상이었습니다. 그냥 웃고 넘길 피사체가 아니라 존재의 이유가 분명히 있었다는 것이지요.

 우선 성이 지닌 생산력이 곧 성기 숭배의 형태로 나타나 마을의 안녕과 풍년 및 풍어를 기원하는 토속신앙의 대상이 됐지요. 다랑이논으로 유명한 남해 가천마을 주민들이 매년 암수바위 앞에서 마을의 평화와 풍어를 기원하며 제를 지내는 것이 좋은 예가 되겠지요. 득남을 기원하는 성석인 기자석(祈子石)은 새끼줄에 둘린 채 곳곳에 널려 있어 두말하면 잔소리겠지요.

 풍수지리상의 음양조화를 이루기 위해 비보압승(裨補壓勝)의 대상으로도 성석이 이용됐답니다. 풍수지리상의 허한 곳이나 부정한 지형에 성석을 세워 마을의 평온을 바라는 형태지요. 혹은 애초부터 음양의 조화에 맞게 위치한 남근석과 여근석을 확인함으로써 누리게 되는 심적 평온함도 이와 유사한 형태의 숭배로 봐도 무난하지요. 경주 오봉산 여근곡이나 거제 둔덕면 산방산 남자바위와 작은 여근곡이 단적인 예가 될 것 같습니다.

 성석 순례를 떠났습니다. 취재 도중 한 가지 느낀 점이 있습니다. 제아무리 첨단과학이 발달해도 인간이 살아 있는 한 성석 숭배는 사라지지 않을 것 같았습니다. 소박할지라도 인간의 욕망은 영원하니까요.

 첨언 하나. 취재 대상이 너무 노골적이어서 행여 외설로 낙인 찍히지나 않을까 하는 우려 때문에 사실 고민 아닌 고민을 거듭했습니다. 하지만 성석은 낯뜨거울 것도 숨겨야 할 것도 아닙니다. 조상 대대로 이어져 내려오는 하고많은 소중한 문화유산 중 하나일 뿐이니까요.

■ 거제 둔덕면 애바위와 애애등

거제 둔덕면 산방산.

5,6부 능선쯤의 튀어나온 바위가 애바위다.


         거제 산방위 애바위와 마주보고 있는 애애등. 민둥산이었을 땐 선명했지만 지금은 자세히 관찰해야 
         확인할 수 있다. 산의 가운데 부분, 활엽수가 소나무를 동그랗게 감싸고 있는 곳이 애애등이다.

거가대로가 뚫리면서 한층 가까워진 거제 둔덕면에는 청마 유치환의 부부 묘와 선영 그리고 그의 삶을 엿볼 수 있는 청마기념관이 있다. 이곳에는 또 고려 의종이 정중부의 난 때 파천해 3년간 머물렀다는 둔덕기성(폐왕성)도 있다. 해서 마을사람들은 왕이 살았기 때문에 이곳 둔덕 땅만을 구분해 '전하도'라고도 부른다.

 둔덕면 방하리 둔덕들 한가운데 서면 우락부락한 바위산이 양팔을 벌려 마을을 감싸고 있다. 거제 11대 명산 중 가장 서쪽에 위치한 산방산이다. 산 5, 6부 능선쯤에 한눈에 봐도 힘이 넘치는 바위 하나가 툭 튀어나와 눈길을 끈다.

 둔덕골 출신이자 청마기념관 명예관장 겸 자원봉사자인 김화순(63) 씨는 "어릴 때 할아버지를 비롯한 마을 어르신들이 '사랑 애(愛)' 자를 써 애바위라 불렀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마주보는 우두봉 자락의 작은 둔덕을 가리키며 "저곳은 여성의 음부를 닮아 '사랑 애' 자 두 개를 붙여 애애등이라 했다"고 덧붙였다. 쉽게 말해 남근석과 여근곡이 마주 보고 있다는 것이다. 이 모습은 청마기념관 2층 전망대에서 보면 대략 확인된다.

 동행한 산경표연구소 박의석(57) 소장은 "남성을 상징하는 정동쪽 좌청룡 자리에 애바위가 있고, 반대쪽 우백호 자리에 여근곡인 애애등이 마주 보고 있으며, '흙 토(土)'를 상징하는 그 사이 너른 둔덕 들녘이 비옥해 음양오행에 따른 풍수지리가 이보다 좋을 수 없다"고 설명했다. 다만 애애등이 애바위보다 미미한 데다 방향 또한 약간 틀어져 있어 아쉽다고 했다.

 이에 대해 김 명예관장은 "수십 년 전엔 민둥산이어서 멀리서 보면 영락없는 여근 그 자체였지만 지금은 숲이 울창해 그 흔적이 미미할 뿐이며, 음부를 닮은 애애등에는 예부터 물이 끊이질 않아 어릴 때 소먹이던 일종의 우마장 역할을 했지만 이후 사람들이 다니지 않아 지금은 산길이 사라졌다"고 말했다. 자세히 보려면 애애등 아래 비닐하우스 인근으로 다가가야 된다. 잎을 떨군 활엽수가 여근 부분을 동그랗게 비보하며 에워싸고 있는 형국이다. 마을사람들은 음양오행에 따른 풍수지리가 좋아 마을 전체가 지금까지 평온한 것 같다고 입을 모았다.

 ■ 삼국유사에도 나오는 경주 여근곡

   경주 오봉산 여근곡 겨울. 가운데 부분이다.
   가을엔 여근곡이 더 선명하게 보인다.
   여근곡 여름.

경부고속도로서 본 여근곡.

고속도로에서 당겨서 본 모습.


우리 땅 대부분의 여근이 쪼개진 바위나 폭포이지만 경주 건천읍 여근곡은 산 전체를 통째로 여근이라 봐도 무난할 정도로 우선 크다. 오봉산이라는 멀쩡한 산 이름이 있지만 생긴 모습이 워낙 여성의 성기와 닮아 여근곡이 대표 이름으로 사용되고 있다.

 국내에서 가장 큰 성(性) 관련 민간신앙 대상물인 여근곡은 삼국유사 지기삼사(知幾三事) 편에서 신라 선덕여왕의 뛰어난 예지력을 보여주는 대목에 언급될 정도로 유구한 역사를 자랑한다. 드라마 '선덕여왕' 마지막회 때 여왕이 깎아지른 너른 절벽 위에서 먼 산을 바라보는 장면이 있는데 이곳이 바로 여근곡이 위치한 오봉산 정상 바로 밑의 마당바위(지맥석)이다.

'선덕여왕' 마지막회 때 나온 마당바위.

드라마 '동이' 때도 마당바위가 나왔단다.



 건천읍 신평2리에 위치한 여근곡은 경부고속도로 건천나들목과 경주터널 사이, 상행선일 경우 왼쪽으로 고개를 돌리면 바로 보인다. 위압감을 주지는 않지만 병풍처럼 남북으로 길게 뻗은 오봉산 한가운데 위치한 여근곡은 둥근 모양의 두둑과 골이 절묘하게 조합돼 누가 보더라도 음문 형상임을 알 수 있다. 그 음문을 둘러싸고 있는 산세까지 고려한다면 벌거숭이 여인의 하체를 적나라하게 보고 있는 듯해 민망할 정도다. 이 모습은 신평2리 마을회관 옆 여근곡 성 테마 박물관 전망대에서 바라보면 가장 뚜렷하게 확인된다. 사계절 만추의 여근곡(오른쪽 사진)이 제일 선명하다.


 여근곡과 관련된 구전도 재밌다. 옛날 새로 부임하는 경주 부윤은 그 음탕한 모습을 보지 않기 위해 건천보다 먼 길인 동쪽의 안강 땅을 통해 경주로 들어왔고, 한양으로 과거 보러 가던 선비들은 애써 고개를 돌려 지나갔다고 한다. 한국전쟁 땐 이동하던 미군들이 여근곡을 보며 탄성과 야유를 질렀다고 한다.

 숲(오봉산)을 봤으면 이제 나무(여근곡)를 볼 차례. 오봉산 여근곡 등산로의 들머리는 유학사. 절에서 300m만 걸으면 여근곡 샘터를 만난다. 바로 옆엔 '옥문지'라는 팻말이 서 있다. 호스를 묻어 대웅전 옆 샘터로 뽑아 쓰고 있지만 샘터 주변은 늘 축축하게 젖어 있다.15년 전 오봉산에 불이 나 산이 홀랑 다 탔을 때도 샘터가 위치한 음부 주위는 화마를 피했다고 한다.

 샘터를 중심으로 한 수목 대비도 뚜렷하다. 샘터 주위에는 잎을 떨어낸 활엽수가 있지만 그 경계에는 소나무가 동그랗게 감싸고 있다. 멀리서 봤을 때 음부가 식별되는 이유이다.                      
   

여근곡 옥문지.

오봉산 여근곡 산행 들머리.

          
 신평2리 촌로들에 따르면 예부터 여근곡 샘을 작대기로 휘저으면 마을 여자들이 바람이 나기 때문에 마을에선 청년들이 샘을 지키기도 했다. 이런 차원에서 지난 1970년대 초까지 마을에선 여근곡을 신성시하며 동제를 지냈다고 전해온다.

 여성이 있으면 남성이 있기 마련. 여근곡 쪽에서 맞은편 신평리 쪽 너른 들판을 바라본다. 신평리 원신마을을 기점으로 앞으론 경부고속도로, 뒤론 중앙선 철로와 영천과 포항을 잇는 4번 국도가 횡으로 나란히 내달린다.

 여근곡 성 테마 박물관 박용(76) 관장은 "옛날에는 여근곡 맞은편 봉우리가 남근 모양을 하며 여근곡을 향하는 형상이었지만 철도와 국도가 뚫리면서 그 모습이 사라져 지금은 흉물스런 산사면이 보일 뿐"이라고 말했다.

 이곳 또한 우백호(서쪽) 자리에 여근곡이, 비록 잘려나갔지만 좌청룡(동쪽) 자리에 남근 형상, 그리고 그 사이 '흙 土'를 상징하는 신평리엔 너른 벌판이 있어 음양오행에 따른 풍수지리가 완벽하다.

 고산자 김정호의 대동여지도에는 여근곡 자리에 지화곡(只火谷), 맞은편 남근 형상 봉우리엔 접포산(蝶布山)이라 표기돼 있다. 지화곡과 접포산은 각각 꿀과 나비를 의미하므로 음양의 조화가 딱 맞음을 보여준다.

어휴! 망측해라, 곳곳의 남근석 여근석

  경북 의성 비봉산의 암릉 우측 끝단 소나무 아래 절묘한 위치에 숨어 있는 남근석. 남근 그 자체다.

경북 의성 비봉산의 암릉 끝자락에 남근석이 숨어 있다. 산꾼들은 흔히 금성산~비봉산 코스를 산행한다. 금성산과 비봉산 정상을 잇따라 지나 급경사 사면을 밧줄에 의지해 내려와 고개를 돌리면 암릉 맨 우측 끝단 소나무 아래 절묘한 위치에 남근석이 숨어 있다. 선명한 귀두 모양이 영락없는 남근 그 자체다.

 억새로 유명한 장흥 천관산에는 양근석과 금수굴이 마주보고 있다. 높이 4m쯤 되는 양근석은 발기한 모습이며 그 아래에는 불알 모양의 동그란 바위 두 개가 붙어 있다. 자연석이 이처럼 비례에 맞춰 완벽한 형상을 갖춘 경우는 아주 드물다. 이와 마주 보는 능선에는 여성의 음부를 닮은 금수굴이 있어 자연의 오묘한 조화에 놀라움을 금치 못한다.

천관산 금수굴.

천관산 양근석. 둘은 마주본다.


 문경 주흘산의 여궁폭포는 여근을 떠오르게 한다. 제1관문인 주흘관을 지나 우측 곡충골 방면으로 1㎞쯤 오르면 만난다. 높이 20m인 이 폭포는 옛날 하늘에서 내려온 일곱 선녀가 노닐었다고 전해온다.

 기암괴석이 지천이라 '천구만별'(千龜萬鼈·천 마리의 거북이와 만 마리의 자라)이라 불리는 금정산에도 최근 남근바위와 여근바위가 발견됐다. 남근석은 금샘 동쪽 아래, 여근석은 상계봉 아래 수박샘 바로 위에 숨어 있다. 둘 다 등산로를 벗어나 있어 찾기는 쉽지 않다.

부산 금정산 남근바위.

부산 금정산 여근바위.


 음양의 조화를 위한 남근석도 있다. 거창 미녀봉은 임신한 여인이 긴 머리카락을 늘어뜨린 채 누워있는 형상. 산아래 가조면 사병리 생초마을 벌판에는 선돌인 남근석이 마주 보고 서 있다. 마을사람들은 과도한 음기를 벌충하기 위한 비보 성격의 남근으로 풀이하고 있다.
   임신한 여인이 긴 머리카락을 늘어뜨린 채 누워있는 형상인 미녀봉과 남근석이 마주보고 있다. 거창군청 제공

 월악산에도 남근석이 있다. 풍수지리적으로 볼 때 이 산은 음기가 왕성한 산이다. 덕주사 뒤편인 제천시 덕산면에서 보면 월악산은 누워있는 여인의 얼굴을 닮았다. 선조들은 월악의 음(陰)의 지기(地氣)를 누르고 음양의 조화를 위해 덕주산 입구에 남근석을 세웠다.
           월악산 남근석.

 제주도에도 성석이 발견된다.
 산방산 중턱 산방굴사 우측 벼랑에 남근석이 서 있으며, 라온GC 클럽하우스 입구의 자연동굴에도 남근석과 여근석이 마주 보고 있다. 타이거 우즈도 이곳을 방문했을 때 남근석과 여근석을 만지고 갔다 한다.

제주 라온골프클럽의 동굴 속 남근.

동굴 속 여근.둘은 마주보고 있다.


        제주 산방산 중턱 산방굴사 우측 벼랑에 서 있는 남근석.

"경주 오봉산 여근곡 성(性) 테마박물관 놓치면 후회"
-개인 수집가 박용(사진 오른쪽) 관장 370여 점 전시


경주 건천읍 신평2리 오봉산 여근곡 입구 원신마을에는 빠뜨려선 안 될 명소가 한 곳 있다. '여근곡 성 테마 박물관'(054-751-2229)이 바로 그것이다. 박용(76) 관장이 40여 년 동안 발품을 팔아 모은 남근과 여근을 닮은 희귀 수석 등을 비롯하여 전 세계 어딜 내놓아도 손색이 없을 다양한
문양석이 370여 점 전시돼 있다.

 고향이 경주인 박 관장은 삼국유사에 나오는 여근곡을 본 후 이곳이 세계적으로 드문 자연예술품이라는 사실을 인식, 지난 2004년 여근곡이 가장 잘 보이는 지금의 터를 사들여 건물을 짓고 이듬해 4월 문을 열었다. 여근곡과 여근곡 성 테마 박물관이 세트로 입소문을 타면서 명소화돼 지금은 경주시가 적극 나서 마을 진입로를 넓히고 있으며, 주차장도 이후 건립할 계획이다.

 박 관장은 "개인적으로 석복(石福)이 있어 적지 않은 희귀 성석(性石)을 많이 모았다"며 "수석에 관심이 있으면 많은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간 무료로 개방하던 여근곡 성 테마 박물관은 내달부터 입장료를 받는다. 대인 3000원, 학생(초중고) 및 단체(20인 이상) 2000원.
           여근곡 성(性) 테마 박물관 내 성석(性石).

박물관 내


박물관 내 성석(性石)들.

문경 주흘산 여궁폭포.



맛집 둘
금강산도 식후경. 맛집 두 곳 소개한다.
여근곡이 위치한 건천읍에는 흑염소 불고기(아래 사진)가 아주 유명하다. 23년 전통의 '당나무식당'(054-751-0975)이 잘한다. 흔히 여성을 위한 음식으로 알려져 있지만 신농본초경과 동의보감에 따르면 흑염소 수놈은 남성강화 식품이다. 1인분 1만 3000원. 육개장이 아주 맛있다. 건천IC에서 차로 1분 거리.


 거제 둔덕면에선 '88횟집'(055-634-1626)을 권한다. 겨울철 별미인 밀치(참숭어긿 3만, 4만, 5만 원)를 주문하면 뼈째 썬 것과 포를 뜬 것으로 나눠 올라온다. 주인장의 칼 솜씨가 빼어나 밀치의 진면목을 알게 해준다. 국물이 시원한 물메기탕(7000원)도 별미이다.

 



 일본 규슈 미야자키현의 신모에다케 화산폭발을 보면서 뜬금없게도 '용감한' 한국인을 떠올렸습니다.

  본격 이야기 보따리를 풀기 전에 먼저 보충 설명이 있어야 할 것 같습니다. 

  가라쿠니다케 등산로 입구의 입간판. 화산 폭발 위험 때문에 신모에다케의 등산을 금한다고 적혀 있다.

조금 더 넓게 본 들머리.

약간 올라와서 내려다본 들머리.


   가라쿠니다케 정상 바로 아래에서 본 기리시마 산군. 가운데 푹 꺼진 곳이 지난해 7월과 올 1월 말 화산 폭발을
   일으킨 신모에다케이고 맨 뒤 높은 봉우리가 일본인들이 신성시하는 다카치호미네이다.
  가라쿠니다케에서 기리시마 산군에서 가장 큰 칼데라호(지름 1 ㎞)인 오나미이케(大浪池)로 가는 길이 아름답다.
   한자 표기로 봐선 큰 파도가 일렁이는 못이라는 의미의, 지름이 1 ㎞인 오나미이케(大浪池).


 지난해 11월 초 미야자키현을 다녀왔습니다. 이곳에는 가라쿠니다케라는 산이 있는데 한자 표기가 '韓國岳'이랍니다. 정상적이라면 한국을 의미하는 '강고쿠'를 붙여 '강고쿠다케'라 불러야 하지만 이 산은 '가락국'을 의미한다며 '가라(가야)/ 쿠니(국)/ 다케(산)'로 풀이하더군요.

 '일본서기'에 따르면 4세기 한반도에서는 거듭된 전쟁 때문에 새로운 생활 무대로 일본 열도가 대두하자 가야 백제 신라 유민들이 집단 이주를 하기 시작했답니다. 당시 열도에는 통일된 국가라기보다 호족이 지배하는 소국이 산재해 언어 관습 등이 지역마다 달랐다고 합니다. 그들은 한반도에서 건너온 사람을 '멀리서 온 사람'이라는 의미의 '도래인'(渡來人)으로 불렀답니다. '도래인'은 토목 양잠 등 당시로선 선진기술을 사용했고, 한문으로 외교 문서를 작성하는 등 일본인의 생활 향상에 크게 이바지했습니다.

 고향을 떠나면 모두 애국자가 된다고 하지 않습니까. 미야자키에 정착한 '도래인'도 예외가 아니었겠지요. 보름달이 뜨면 그들은 미야자키에서 가장 높은 봉우리인 가라쿠니다케에 올라 고향인 한반도 방향을 바라보며 수구초심의 마음을 느끼며 흐느꼈겠지요.

 실제론 가라쿠니다케에서 한국은 아예 보이지 않았습니다. 보고 싶다는 열망의 우회적 표현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가라쿠니다케는 미야자키의 서쪽 끝 가고시마와의 경계에 솟아 있습니다. 행정구역으론 미야자키현 고바야市에 똬리를 틀고 있는 셈이지요.

 서론이 너무 길었지요. 이제 본론으로 들어가겠습니다.
 가라쿠니다케는 이번에 화산 폭발이 일어난 신모에다케와 함께 기리시마 연봉이라는 큰 산군에 같이 포함돼 있습니다. 두 봉우리는 걸어서 3시간쯤 걸립니다. 아주 가깝지요.

 기리시마 연봉은 이곳에서 남쪽 60㎞ 해상에 떠있는 섬 야쿠시마와 함께 '기리시마 야쿠시마'라 불리며 일본 국립공원 1호입니다. 각각 화산지형과 울울창창한 삼나무 숲이라는 독특한 자연환경을 보유한 일본의 명승지이지요.

 곳곳에 분화구와 칼데라가 산재해 이국적 풍광을 선사하는 기리시마 산군은 이웃한 가고시마현의 사쿠라지마와 함께 일본의 대표적 활화산 지대입니다.

 기리시마 연봉에는 크고 작은 봉우리가 많습니다. 주요 봉우리로는 가라쿠니다케(1700m) 시시고다케(1428m) 신모에다케(1421m) 나카다케(1345m) 다카치호미네(1574m) 등 5개. 거리는 13.7㎞로 산행 시간은 넉넉잡아 6시30분이면 충분합니다.

 일본인들은 일본국을 세운 신들이 내려왔다는 전설을 간직한 다카치호미네를 주로 찾지만 한국인들은 가라쿠니다케를 선호합니다.

 해서, 한국인들은 기리시마 연봉 산행 때 들머리를 가라쿠니다케로 잡습니다.
 필자도 한국인인지라 가라쿠니다케의 들머리인 에비노고원에서 산행을 시작했습니다.  가이드는 '기리시마 네이처가이드클럽' 후루조노(64) 씨였습니다.

 고향이 이곳인 그는 가라쿠니다케만 아마도 수천 번을 올랐답니다. 눈 감고도 오를 수 있다고 했습니다. 그날은 마침 서울서 왔다는 단체 산행팀 등 한국팀도 두세 팀 정도 있었던 것으로 기억됩니다. 

 기리시마 연봉은 그야말로 화산지대였습니다. 들머리 건너편의 이오야마라는 화산은 243년 전에 폭발했다가 30년 전쯤에 연기는 났지만 폭발은 하지 않았답니다. 회색빛 화산재가 넘쳐가는 둔덕이었습니다.

 기리사마 연봉 주변에는 화산 폭발의 흔적인 칼데라호가 보였습니다. 지름 1㎞가 넘는 오나미노이케(大浪池)를 비롯 후도이케, 롯칸논미이케가 바로 그것이었습니다. 

 가라쿠니다케 정상 못 미친 지점에선 앞서 말한 5개의 봉우리가 모두 보였습니다. 이번에 폭발을 일으킨 신모에다케는 가운데 푹 꺼진 분화구가 있었습니다. 거의 손에 잡힐 듯 가까이 있었습니다. 일본인들이 신성시한다는 다카치호미네도 멀지만 선명하게 확인됐습니다.

 사단은 가라쿠니다케 정상에서 발생했습니다. 동행한 서울팀이 가라쿠니다케에서 이웃 봉우리인 시시고다케로 갈려는 순간이었습니다.

 "저희는 여기까지만 보고 하산할 계획입니다. 잘 다녀오십시요."
 "비싼 돈주고 왔는데 끝까지 종주는 해야죠. 그럼 안녕히 가세요."

 이렇게 인사를 하자 옆에 있던 가이드 후루조노 씨는 불쾌한 표정을 지으며 이렇게 말하더군요.

 "신모에다케는 지난해 5월 초부터 폭발 징후가 보여 입산이 금지돼 있습니다. 결국 지난해 7월 화산 폭발이 있었습니다. 에비노고원에서 출발할 때 입간판을 못 보셨습니까. 이곳에서 지금까지 산행하는 사람들은 한국인밖에 없습니다. 한국인들은 매너가 좋지 않아요."

 할 말이 없었습니다. 모두 맞는 말이었기 때문이었습니다. 후루조노 씨는 자신이 말을 심하게 했다는 사실을 뒤늦게 깨달았는지 "농담이다"라고 말한 후 밝은 표정을 지으며 딴청을 피웠지만 그 순간의 어색함은 어쩔 수 없습니다. 한편으로 정말 부끄러워 얼굴이 화끈거렸습니다.

 좀최 속내를 잘 드러내지 않는 일본인의 입에서 '한국인의 산행 매너 문제'가 바로 나왔다는 사실은 얼마나 많은 한국인들이 법을 어기는 모습을 봐왔으면 그랬을까 하는 생각으로 이어지며 그를 이해하게 됐습니다.

  지난 7월 화산 폭발 당시의 신모에다케. 이 사진은 후루노조 씨의 친구가 위험을 무릅쓰고 찍었다.
  지난달 27일 폭발을 일으킨 신모에다케.

 그로부터 6개월 뒤 신모에다케는 엄청한 파괴력으로 폭발을 일으켰지요.

 만일 일본인 가이드가 동행하지 않고 아무 정보 없이 한국인들이 산행을 했다면 어떻게
  됐을까요. 생각만 해도 끔찍합니다.

 하산하면서 에비노고원의 들머리를 유심히 관찰했습니다. 입간판에는 이렇게 적혀 있
 더군요.

 "신모에다케는 분화의 위험이 높기 때문에 등산할 수 없습니다." 평성 22년 5월 6일이니까 지난해 즉 2010년이었습니다. 물론 영어 중국어로도 적혀 있었습니다.

 하산 후 차 안에서 후루조노 씨는 지난해 7월 신모에다케가 폭발했을 당시의 사진을 보여주었습니다. 지금와서 그 사진을 꺼내 비교해보니 별 차이가 없었습니다.

 귀국한 지 석 달도 채 안 된 지금 신모에다케의 화산 폭발 소식을 듣고 가장 먼저 떠오른 것은 그래서 '화산 폭발 위험을 무시하고 용감하게 달려나간 부끄러운 한국인의 등산 매너'였습니다.

 

 


 2010 부·울·경 골프장 이색 기록

3형제가 2년 주기 홀인원
2011년 4일 앞두고 달성

하루에 홀인원 두 번
같은 홀에서 생애 네 번 홀인원

18홀서 홀인원· 이글도 기록
알바트로스도 세 번 나와

 

 KPGA 중앙경기위원이자 연산골프연습장 최재철(64) 대표는 제주CC 대표 시절 홀인원을 해보기 위해 증인이 될 만한 직원 한 명과 평소 만만하게 여기던 파3 홀에서 3시간여에 걸쳐 수백 개의 볼을 날렸다. 결과는 헛수고. 그는 "홀인원은 운이 99.9%라더니 맞구먼"이라고 쓸쓸하게 되뇌며 돌아섰다 한다. 그는 지난 1994년 통도 남코스 11번 홀(180m)에서 결국 홀인원을 했다. 40년 골프 인생에서 유일한 기록이었다. 최 대표는 "홀인원은 노려서 되는 것이 아니라 마음을 비워야 예기치 않게 찾아오는 신기루 같은 것"이라는 사실을 뒤늦게 깨달았다.

 하늘이 점지해야 가능하다는 홀인원. 미국골프협회에 따르면 아마 골퍼들의 홀인원 확률은 1대 3만 3000, 프로골퍼는 1대 3500이라고 한다. 18홀 중 파3 홀이 4개인 점을 감안하면 한 라운드에서 홀인원할 확률은 1대 8250. 이럴 경우 1년 내내 골프장을 찾으면 산술적으로 22.6년이 지나야 홀인원을 할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

 홀인원과 관련, 사연도 많고 뒷얘기도 적지 않다. 평생 한 번도 못해본 골퍼가 수두룩하지만 입문한 지 얼마 되지 않아 홀인원을 기록해 동행한 사부들을 불편하고 당황하게 만든 행운아도 우리 주변에는 더러 있다.

지난해 부산·울산·경남 지역의 골프장에서 달성된 홀인원을 비롯한 이색기록을 모아봤다. 이름하여 '2010년 부·울·경 골프장 이색 기록 모음'이다.

3형제가 2년 주기 홀인원, 2011년 4일 앞두고 달성

      해운대CC 골든 2번 홀에서 2년 주기 3형제 홀인원을 기록한 후 오흥자 캐디와 맞절을 하는 김충현 씨.
       맞절 후 오흥가 캐디가 볼을 복주머니에 넣어 김충현 씨에게 전달하고 있다.

부산에서 사업하는 김충현(53) 씨는 월급쟁이 시절 업무상 클럽을 잡을 수밖에 없었던 20년 한결같은 '백돌이'. 평소 연습장을 전혀 찾지 않는다는 그는 지난해 12월 27일 해운대CC 골든코스 2번 홀(165m)에서 평생 잊지 못할 기적 같은 일을 경험했다. 15년 된 야마하 4번 우드를 잡고 날린 볼이 그린 에이프런에 맞고 데굴데굴 굴러 홀 속으로 들어간 것. 이 홀은 해운대CC에서 홀인원이 잘 나오지 않기로 유명하다. 김 씨의 이날 스코어는 평소와 비슷한 104타.

 재밌는 점은 김 씨의 홀인원으로 3형제가 2년 주기로 홀인원의 위업을 기록했다는 사실. 큰형은 2006년 울산CC에서, 작은형은 2008년 동부산CC에서 홀인원을 기록, 지난해 설날 가족모임에서 농담 반 진담 반으로 '2010년에는 막내가 홀인원을 해야 한다'는 압력(?)을 받아온 끝에 2011년을 4일 남기고 결국 가족들의 성원에 보답했다.

 김 씨는 "골프장도 울산CC, 동부산CC, 해운대CC로 북에서 남으로 내려왔다며 2012년에는 장조카가 해운대CC보다 남쪽인 골프장에서 홀인원을 할 차례"라며 활짝 웃었다.

 여기에 김 씨는 홀인원 후 보험사 소장을 하는 친구로부터 뜻밖의 전화를 한 통 받았다. 운전자보험을 가입하면서 친구가 김 씨에게 귀띔을 하지 않고 홀인원 보험을 들었다는 것. 이래저래 김 씨는 기억에 남는 한 해를 보냈다.

 홀인원을 하루에 두 번이나 기록하는 기적 같은 일도 있었다. 지난해 12월 12일 직장인 허원구(49) 씨는 에이원CC 남코스 4번 홀(152m)과 서코스 3번 홀(153m)에서 각각 홀인원을 기록했다. 각각 캘러웨이 7번, 8번 아이언을 잡았다. 구력 7년에 평소 80대 중반을 치는 허 씨는 남코스와 동코스를 돈 후 동료와 추가 라운드를 하다 두 번째 홀인원을 기록했다.

 허 씨는 "두 번 모두 탑볼성으로 맞았지만 방향이 좋아 운 좋게 들어갔으며 스코어는 평소보다 좋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는 2006년 정산CC 별우코스 8번 홀(185m)에서 4번 아이언을 잡고 홀인원을 기록했다.

  같은 골프장, 같은 코스, 같은 홀, 같은(좌) 그린에서 홀인원을 무려 4번이나 한 골퍼도 나왔다. 이용호(가명·65) 씨는 울산CC 서코스 5번 홀(100m) 좌 그린에서 다이와 9번 아이언을 쥐고 볼을 홀컵 속에 넣어 노익장을 과시했다. 그는 2000년 두 번, 2007년에도 이곳에서 홀인원을 기록했다. 특히 2000년 7월에는 한 달 전 기록한 홀인원을 기념하기 위한 라운드에서 또다시 홀인원을 달성하는 기염을 토해 울산CC를 깜짝 놀라게 했다. 구력 23년의 이 씨는 젊은 시절 한때 80대 초반까지 쳤지만 지금은 보기플레이어 수준이라고 한다.

 한 라운드에서 홀인원과 이글을 잡은 골퍼도 있었다. 합천 아델스코트CC 김수정 회원은 지난해 6월 4일 마운틴 4번 홀(123m)의 홀인원에 이어 후반 힐코스 6번 홀(파5)에서 어프로치 샷으로 '독수리'(이글)를 잡아 저격수란 별명을 얻었다.

        합천 아델스코트CC에서 홀인원과 이글을 함께 달성한 김수정 씨.

 참고로 부·울·경 골프장 중 홀인원이 가장 많이 나오는 골프장은 어디일까. 진주CC로 한해 평균 55~60개 정도 나온다. 한해 평균 18홀 기준 일반 골프장이 25개 안팎인 점에 비하면 배 이상이다. 인색한 곳은 해운대CC로 평균 10여 개에 불과하다. 홀인원이 가장 잘되는 홀은 동부산 힐코스 8번 홀(레귤러티 163m)로 지난해만 20개가 나왔다. 그린 한쪽이 움푹 패여 있어 근처에만 맞아도 굴러 들어갈 확률이 높다.

홀인원은 운, 알바트로스는 실력+운

 홀인원보다 어렵다는 알바트로스도 세 번이나 나왔다. 알바트로스는 파5 홀을 두 번 만에 넣었을 경우와 파4홀에서 홀인원을 했을 때를 말하는 것으로 홀인원이 전적으로 운이라면 알바트로스는 장타와 정확성에 운이 따라야 하므로 확률적으로 홀인원보다 훨씬 어렵다.

 롯데스카이힐 김해CC 이병락(52) 회원은 지난해 1월 21일 스카이 4번 홀(파5·459m)의 핀 190m 지점에서 테일러메이드 5번 우드를 잡고 메타세쿼이어 숲을 넘겨 꿈의 알바트로스를 기록했다. 이 홀은 2년 전 열린 KPGA 토마토저축은행 오픈에서 백전노장 박남신이 11타를 쳐 보따리를 싼 악명 높은 홀이어서 더욱 의미가 크다. 구력 16년에 핸디캡 3인 이 씨는 2009년 클럽챔피언전 3위를 기록했으며 2002년 용원 무학 5번 홀과 2003년 동부산 레이크 8번 홀에선 홀인원을 기록한, 실력과 운을 겸비한 아마 골퍼의 고수이다.

 가야CC 강동중(49) 회원은 지난해 7월 24일 신어코스 3번 홀(509m)에서 3번 우드로 생애 첫, 가야CC 23년 역사에서 두 번째 알바트로스를 기록했다. 구력 10년에 핸디캡 6인 그는 "스위트 스폿에 잘 맞아 감이 아주 좋았지만 바로 들어갈 줄은 꿈에도 생각 못했다"고 회상했다.



 울산CC 김성훈(44, 사진 오른쪽) 회원은 지난해 6월 28일 서코스 2번 홀(485m) 우 그린에서 캘러웨이 4번 아이언으로 생애 첫 알바트로스를 달성했다. 구력 12년에 핸디캡 7인 그는 "티잉그라운드에선 내리막이고, 그린까지는 오르막인데다 포대그린이어서 들어가는 것은 못 봤지만 앞 팀의 환호성에 알게 됐다"고 말했다. 앞서 그는 2005년 통도 남코스에서도 홀인원을 기록한 운과 실력을 겸비한 주말 골퍼다.





 참고로 부·울·경 골프장 중 파4 홀 홀인원(알바트로스)이 나올 확률이 높은 곳은 통도 북코스 4번 홀(레귤러티 254m)과 용원 백로 좌 도그레그 8번 홀(레귤러티 311m). 장타자라면 한 번 노려볼만하다.

행운을 몰고 다니는 캐디

 한해 동안 내장객들에게 홀인원을 네 번이나 안겨준 캐디도 있었다. 롯데스카이힐 김해CC 박민정(29, 아래 사진) 캐디는 지난해 함께한 골퍼 중 네 명이 홀인원을 해 동료로부터 나무 한 그루를 심어야겠다는 농담 아닌 농담을 들었다. 비결을 묻자 경력 5년 차인 박 씨는 "특별한 것은 없다.  최선을 다했을 뿐"이라고 담담하게 답했다. 이 소식을 입수한 한 회원이 경기과에 박 씨를 꼭 찍어 함께 라운드할 수 있게 해달라고 부탁해 보았지만 정중하게 거절당했다는 후문도 들린다.



 앞서 김해 정산CC에선 5년간 12번의 홀인원을 손님들에게 안겨준 전설의 캐디도 있었지만 아쉽게도 그는 2009년 골프장을 떠나 다른 직종에 종사하고 있다.



맛따라 길따라
-부산 연제구 연산8동 '연산숯불갈비'

 특정 음식이 이슈화돼 언론에 보도되는 경우가 있다.

 지난해 초 일본 산케이신문 구로다 서울 지국장의 비빔밥 발언이 대표적 사례. 그는 "한국인의 식생활습관 중 하나가 뭐든 비벼 먹는 것"이라며 "예쁘게 차려진 비빔밥의 광고사진을 보고 먹으러 온 외국인이 이 양두구육(羊頭狗肉)에 놀라지 않으면 좋으련만 하는 염려가 든다"고 적었다가 혼쭐이 났다.

 양두구육이란 표현은 비빔밥에 어울리지 않는 부적절한 표현이라 이에 대한 비난은 그가 감수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그가 29년간 한국 특파원 생활을 통해 내로라하는 한국 전통 음식과 한국인의 식습관에 정통하다는 사실을 안다면 보수 언론의 전유물인, 거두절미하는 맹목적 비난은 삼가야 하지 않을까 싶다. 그는 '한국을 먹는다'(2001) '맛있는 수다:보글보글 한일 음식 이야기'(2009) 등 한국 음식 관련 책을 두 권이나 낸 미식가이자 음식칼럼니스트이다. 차라리 한식 세계화를 한답시고 국민 혈세로 뉴욕에 한국음식점을 차린다는 방안을 내놓은 인사들을 비난하는 것이 훨씬 현실적이라는 생각이 든다.

 최근에는 청국장이 스포츠면에 등장했다. 요즘 펄펄 나는 프로배구 대한항공의 미국인 용병 에반 페이텍이 그 비결을 청국장으로 답했기 때문이다.

  먹음직스러운 청국장. 실제로도 아주 맛있다.

 시큼시큼하면서도 고릿한 냄새로 대표되는 청국장. 소리소문없이 연산동을 넘어 연제구에서 이 집 모르면 간첩이라는 소문이 난 청국장의 명가 '연산숯불갈비'(051-866-5258)를 찾았다.

 우선 식당 이름에 의문을 제기했다. 안주인 문정애(63, 사진 아래) 씨의 답변. "저녁때는 돼지갈비와 삼겹살을 팔지만 점심땐 청국장(5000원) 손님이 대부분이어서 고기는 팔지 않습니다."


 가게에 들어서자 천장에 메주가 볏짚에 묶여 반듯하게 매달려 있다. 메뉴판을 보니 청국장 앞에 '수제'라고 적혀 있다. 경남 거창 출신인 문 씨는 20년 전부터 콩을 고향에서 갖고 와 청국장을 직접 만든다. "매년 10월 문중 시사 때 거창을 찾아 당숙모와 친구가 농사지은 콩과 고추 그리고 짚단을 받아옵니다."

 간장 된장 청국장은 영업 후 밤늦도록 홀로 만들고 낮에는 주방에서 요리까지 한다. 볏짚으로 가지런하게 묶은 메주만 봐도 단번에 그의 솜씨를 짐작하고도 남겠다. 청국장 제조법도 전통적 방법을 고수한다. "삶은 콩을 짚단을 깐 대소쿠리에 넣고 따뜻한 방에서 이불을 덮어 콩이 검은색이 비칠 정도까지 띄우지요. 4~5일 걸리죠. 이후 소금을 적당히 넣고선 포대에 넣어 밟지요. 시골에선 절구로 찧지만."

 문 씨의 청국장은 고약한 냄새가 나지 않아 우선 저항감이 없다. "이불 속에서 발효된 후 콩에서 진이 날 때 나무주걱으로 저어주며 김을 빼기 때문이지요"
 
한 숟가락만 떠먹어봐도 모두 고개를 끄덕인다. 담백하고 깔끔하기 때문이다. 중독성도 있어 보인다. 풋배추나물이나 생미역무침, 물김치, 호박나물 등 밑반찬도 한결같이 입에 맞다. 손맛이 있긴 있나 보다. 해물된장뚝배기(5000원)도 맛있다. 오리 요리도 한다. 대신 생오리만 쓰기 때문에 전날 주문해야 한다.

  국장 못지않게 해물된장뚝배기(오른쪽)도 인기다. 


 연제구 연산8동 연천초등 입구, 또는 부산은행 연천지점과 동래농협 연천지점 맞은편에 있다. 부산도시철도 1호선 연산동역에 내려 86, 87번 버스를 타고 경상대 후문 정류장에서 내리면 된다. 점심시간 땐 미리 주문하지 않으면 줄을 서야 한다.



 박물관을 찾는 사람들(이하 '박찾사') 장순복(56) 답사대장은 "'박찾사'의 300회 답사는 연간 20회 이상 참가하는 소위 골수 회원들이 없었다면 불가능했다"며 그들에게 먼저 고마움을 표했다. 그들은 단지 문화유적을 사랑한다는 공통분모 하나만으로 일요일 온종일을 함께하며 '박찾사'의 오늘을 있게 한 장본인들이다. 골수 회원 중 한 명은 일요일이라도 사업상 꼭 만나야할 파트너가 있으면 '박찾사' 답사에 오게끔 유도해 만날 정도로 문화유적 답사는 그들 삶의 소중한 일부분이 돼 버렸다.

"일요일이면 배낭 메고 문화유적 답사
  문화유적 겉만 봐도 해설 '술술'
  전문가 뺨치는 지식 사랑

  탑 전문가...문양 전문가...지형 전문가...약초 전문가
  회원마다 전문 분야 다 달라

  잘못된 안내문 등 바로 잡고
  과소 평가된 유적 찾아내기도"

       경북 영양의 국보 모전석탑.
         경북 경주의 국보 장항리사지석탑.       
         경북 경주의 보물 원원사지 동서 삼층석탑.
     

전남 담양의 연동사 삼층석탑.

태백 구와우 마을의 아트전시회장.


거문도 등대 앞의 가족답사팀.

덕유산 향적봉 정상석.


 

거문도 등대 앞의 다정한 부부.

동기회를 '박찾사'와 함께. 거문도 등대 앞.


       경북 안동 병산서원.
       경남 함양 일두 정여창 고택.
      

아침고요수목원.

영월 선암마을, 우리나라 지형마을.


전문가 뺨치는 아마추어 대가들

'박찾사'를 좀 아는 문화유적 전문가들은 '박찾사'와 동행하기를 꺼린다. 대충 설명했다간 큰코다치기 때문이다. 코스가 예고되면 전문가급 수준의 회원들이 공부까지 해오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회원이 민학기(50) 씨. 그는 평소 '박찾사'에서 가이드 역할을 담당하는 골드 회원이다. '박찾사'의 다음 카페(http://cafe.daum.net/museummystery)에서 그의 닉네임은 '달넘새'. 현재 화학제조업을 운영하는 그는 1년 50회의 답사 중 45번은 참가한다.
 
 국문학을 전공한 그는 대학 때 과내 고적답사 프로그램에 참여한 후 지금까지 거의 30년에 가까운 세월 동안 조국 산하에 흩어진 문화유적을 찾아 배회하고 있다. 특히 경주만 1000번을 넘게 다녀 '서라벌의 진인'이란 또 다른 닉네임을 갖고 있다.

 "나이가 들면서 운전이 너무 힘들어 고민하던 차에 우연히 '박찾사'를 알게 됐어요. 저와 궁합이 딱 맞는 사람들이 우글우글거려 정착하게 됐지요. 취미만 맞는다면 이처럼 좋은 답사단체는 없어요."

 문화유적 다방면에 고수이지만 민 씨의 전문 분야는 탑. 탑에 새겨진 석조문양이나 생김새를 보면 시대 구분이나 국보급인지 보물급인지 한눈에 알 수 있을 정도. 장 대장은 "학위라는 타이틀만 없을 뿐 웬만한 전문가 뺨 칠 수준"이라 귀띔했다.

 염문선(56) 안의경(60) 부부도 빠뜨릴 수 없는 골수 회원. 염 씨는 이름을 가차해 '달해'라는 닉네임으로 전직 국어교사답게 '박찾사' 카페 정기답사 후기 코너에서 글솜씨를 뽐내는 글쟁이. 차분히 읽어보면 웬만한 여행작가보다 낫다는 생각이 절로 든다. 1년 전부터는 카메라를 구입, 깔끔한 편집과 함께 맛깔스러운 후기를 올려 다른 회원들이 글 쓰는 것을 망설이게 하고 있다. 특히 지난해 6월 소매물도를 다녀오다 친정엄마의 부음을 접한 후 자책감과 그리움으로 쓴 후기 '소매물도에는 하얀 그리움이 있다'는 모교인 부산여고 동백문예대상을 탈 정도로 읽은 이로 하여금 심금을 올리게 한다.

 부인이 글쟁이라면 남편 안의경 씨는 '박찾사'를 대표하는 사진작가. 부산약사디지털포토클럽 초대회장을 역임한 안 씨는 답사 후 카페 회원작품 앨범 코너에 빼어난 작품을 올리는 동시에 회원들의 사진 선생님으로 통한다. 재미있는 점은 이들 부부는 답사 때 추구하는 지향점이 달라 따로따로 다녀 '따로 또 같이' 부부라는 말을 듣는다고.

 또 부산시 문화유산해설사 김인남(55) 씨는 석조유물의 귀부나 이수의 거북 및 용 문양에 정통하고, '국토와 환경연구소' 우주호 소장은 전국의 산과 강 등 지형에 특히 밝으며, 암 환자여서 도시락을 싸갖고 다니는 변복만 씨는 약초 전문가여서 이들이 한자리에 모이면 거짓말 조금 보태 삼라만상의 궁금한 점 모두가 해결된다고 한다.

  쓴소리를 마다하지 않는 독특한 선의의 안티 회원도 있다. 거제도에 사는 의사 김영화(55) 씨다. 그는 집안 일로 참석하지 못할 경우 전날 홀로 코스를 답사한 후 참고할 사항이 있으면 장 대장에게 귀띔을 해주는 수고를 아끼지 않는다. 또 먼 길에도 불구하고 참석할 경우 짜인 일정이 지켜지지 않으면 즉석에서 잔소리를 하는 등 군기반장으로서의 악역을 맡는다. 이와 함께 정곡을 찌르는 질문도 자주해 가이드들을 난처하게 할 때도 있다.

경북 예천 일연선사 모탑과 불상.

증도 본토박이 가이드 아저씨.


무주 나제통문.

김천 직지사 성보박물관.


문화유적 오류 우리가 바로잡는다 

 '박찾사는 단순히 문화유적 답사에만 그치지 않고 답사지역의 안내문이 잘못됐거나 불편사항이 있으면 답사 후 각 지자체에 건의서를 보내거나 홈페이지에 글을 올려 바로잡기도 한다. 경북 구미 황상동에 위치한 마애여래입상의 안내판에 보물 490호라 적힌 것을 보물 1122호로 바로 잡았고, 충남 당진군 안국사지의 석불입상 또한 보물 71호가 아니라는 사실을 지적했다. 신라에 불교를 전한 묵호자가 단양 향산사에서 입적했다는 안내문 또한 근거없는 내용이어서 이를 정정하게끔 했다.

 또 관광지나 문화유적 측면에서 의미가 크지만 과소평가돼 있을 경우 탄원서를 아끼지 않았다. 진흥왕의 어머니 지소부인과 왕비 사도부인, 지증왕의 왕비 연재부인 등 삼국유사에 가장 많이 등장하는 경북 경주 건천읍의 모량마을과 이 마을에 헛간으로 방치된 박목월 생가가 경주의 주요 관광권에서 벗어나 있음을 확인하고 경주시에 상기시켜 주기도 했다. 여기에 모량마을과 차로 5분 거리의 여근곡과 금척리 고분군을 묶으면 새로운 관광지가 될 것으로 제안했다.

 전남 화순의 임대정은 주변에 산책로를 만들고 원림의 기본이 되는 수종을 심으면 영양 서석지, 담양 소쇄원, 보길도의 세연정과 함께 한국의 4대 정원으로 불러도 손색이 없을 정도로 아름다워질 것이라고 군에 건의하기도 했다.

 장 대장은 "춘향을 부각시키기 위해 전북 남원군이 가묘까지 만든 것처럼 전국 지자체가 명소를 만들어내지 못해 몸부림을 치고 있는 마당에 지역의 잠재력 있는 숨은 명소를 내버려둔다는 것은 지자체의 직무유기"라고 말했다.

전남 담양 전통찻집 명가혜.

춘천 닭갈비집.


'박찾사'가 추천하는 코스 베스트 3 

 300회를 이어져오는 동안 다시 한 번 소개하고픈 문화유적 답사 코스를 장 대표에게 추천해달라고 부탁했다.

 경북 군위 석굴암 삼존불상(국보 109호)~대율리 석불입상~인각사~병산서원~삼수정~삼강주막~의성 대곡사 코스는 산수유가 피는 이른 봄에 좋고, 문경 봉암사~선유동계곡~낙영산 공림사~상주 성불사~상오리 7층석탑과 장각폭포는 부처님 오신 날의 필수 코스.
 호남 지역의 나주 죽림사~다보사~나주향교~동문석당간~서문석등~북문 3층석탑~반남고분군~나주 칠천리 7불석상 석불입상~화순 운주사는 요즘처럼 겨울에 아름다움의 진면목을 드러낸다고 했다. 문의 (051)463-9009

'박찾사' 장순복 답사대장 인터뷰

"숨어 있는 한국석탑 1인치의 미학
 전 세계 어느 유적보다 아름다워"

 '박찾사' 장순복(56·대륙항공여행사 대표, 아래 사진) 답사대장은 30여 년 동안 여행업에 종사한 지역 여행업계의 마당발이다.


지역 방송국에서 여행 길라잡이로 활동하고 있고 신문이나 잡지 등에 여행기와 칼럼을 쓰고 있다. 부산 관광의 미래 등과 같은 토론회가 열리면 업계 대표로 현장의 목소리로 훈수를 아끼지 않는다.

 그는 세계 7대 불가사의와 세
계문화유산 등을 비롯하여 국내에서 관광객이 공식적으로 갈 수 있는 국가는 전부 가봤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전세계를 섭렵했다. 그런 그가 우리 땅 구석구석에 흩어져 있는 문화유적에 천착하는 이유가 뭘까.
  "1970년대 후반 우연히 부산시립박물관의 후원회 격인 부산박물관회에 가입한 후 박물관에서 각종 강좌를 들으면서 우리 고국산천 문화유적의 진면목을 뒤늦게 깨닫게 됐지요."

 그는 "한국인들이 이를테면 절도 아닌 폐사지의 허물어질 듯 한 조그만 석탑에서 숨어있는 1인치의 아름다움을 느끼지 못하는 것이 안타까워 이를 널리 알리게 됐다"고 했다. 일종의 사명감이었다.

  300회쯤 발품을 팔았는데 더 갈 곳이 있느냐는 물음에는 "300회 아니 500회쯤 더 갈 곳이 남았다. 무궁무진하다"고 말했다.

 너무 문화유적지 중심으로 가고 있다는 항간의 지적에는 그는 이렇게 답했다.
 "사실 그게 고민입니다. 문화유적 중심으로 치우치면 대중성이 떨어져 일반인들이 잘 찾지 않습니다. 그래서 정동진도 아침고요수목원도 가는 겁니다. 그러지 않으면 늘 적자를 볼 수밖에 없습니다. 돈 문제도 간과할 문제는 아니지 않습니까. 후원자나 후원기업도 있는 것도 아니고. 해서 관광지와 문화유적지를 섞어 코스를 짜고 있습니다. 현실과의 접점 찾기가 사실 어렵습니다."

-박물관을 찾는 사람들 관련 글

300회 답사 위업 앞둔 박물관을 찾는 사람들(박찾사)(1) http://hung.kookje.co.kr/527


"매주
발길 닿는 곳마다
'박물관'이 된다"


2002년 결성 후 지금까지 꾸준히 활동

음지의 전통문화 명장들도 널리 알리고
싸고 맛있는 향토식당 발굴은 보너스

 
 4, 5년 전쯤으로 기억됩니다. 삽상한 가을바람이 그리워 일요일 이른 아침 나 홀로 버스에 몸을 실었습니다. 낯선 사람들과의 동행이라 기대 반 우려 반의 심정이 교차했지만 대자연으로의 일탈이 안겨다줄 기대감은 이를 충분히 벌충하고도 남았습니다. 그랬습니다.

 행선지는 물 좋은 고장 경북 예천(禮泉). 낙동강의 지류인 내성천이 휘감은 '육지 속의 섬마을' 회룡포와 세금 내는 부자나무 석송령 그리고 티베트 불교의 영향을 받은 천년고찰 용문사의 보물 윤장대를 보는 데까지는 차분하게 여정이 이어졌습니다.

 황금들녘 한가운데 우뚝 선 개심사지 오층석탑에서 예상치 못한 낯선 장면이 목격됐습니다. 탑의 비례감이나 상승감을 두고 미추(美醜)를 잠시 논하는 것이 아니라 상하 기단부와 몸돌에 새겨져 있는 문양 등을 놓고 거의 전문가급 수준의 난상 토론이 벌어졌습니다. 결국 주최 측의 만류로 끝이 났지만 좀체 볼 수 없는 풍경이었습니다.

 이후 버스 한 대가 겨우 다닐 만한 꼬불꼬불 비포장 길을 20여분 올라 다시 10분쯤 걸어 다다른 곳은 거의 허물어져 가는 조그만 절집이었습니다. 도대체 얼마나 대단한 볼거리가 숨어있기에 이 고생을 하는지 호기심과 한편으로 오기를 품고 조촐한 법당으로 따라가보니 조그만 녹슨 철불이 기다리고 있더군요. 참가자들은 경상도에선 보기 드문 철불이라며 신주단지 모시듯 요리조리 살펴보며 감탄에 감탄을 거듭하더군요. 겉으로 표현은 안 했지만 내심 '이상한 화성인들'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2009년 2월 202차 서도답사 때 '박물관을 찾는 사람들' 장순복 답사대장이 '백제의 미소'
               서산마애삼존불 앞에서 본존불과 협시불에 비치는 햇살의 방향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그에
                따르면 서산마애삼존불은 1년 중 동짓날 단 하루만 본존불과 협시불의 얼굴에 햇살이
                정면으로 비치도록 과학적으로 설계돼 있다고 한다.
사진제공=안의경·박찾사 회원

 부산 지역 대표적 답사단체인 '박물관을 찾는 사람들'(이하 '박찾사')의 이야기입니다. 사실 문화유적답사는 오랫동안 특정인들의 전유물이었지 않습니까. 부산에서 문화유적답사가 대중화된 것은 부산시립박물관의 후원회 격인 부산박물관회가 회원들을 대상으로 시작한 지난 1978년께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이후 부산에는 몇몇 문화유적 답사단체가 만들어졌습니다만 2002년 결성된 '박물관을 찾는 사람들'만이 지금까지 꾸준하게 활동하고 있습니다. 현재 회원은 1800명.

 '박찾사'의 답사대장은 대륙항공여행사의 대표인 장순복(56) 씨. 그는 '박찾사'의 모토를 크게 세 가지로 요약해 주더군요.
 "전 국토가 노천박물관이라는 사실과 아직도 음지에서 전통문화의 맥을 잇는 무명의 명장들을 널리 알리고자 합니다. 그러기 위해선 곰팡내 나는 문헌이나 관행적으로 내려오는 자료보다는 현장의 목소리를 더 소중히 여겨야 합니다. 싸고 맛있는 향토식당 발굴도 저희들의 몫이지요."

 '박찾사'의 답사에 동행하면 이동 장소마다 지역 문화원의 향토사학자, 고택의 종손, 문화유산해설사 등 비록 감투는 없지만 전문가 수준의 아마추어 사학자들을 곧잘 만나 현장의 생생한 목소리를 들을 수 있지요.

 사실 주말이면 모객을 통해 유명 관광지로 떠나는 단체는 아주 많습니다. 속 내용을 들여다보면 이 작업은 그리 어렵지 않습니다. 봄 진달래, 여름 계곡, 가을 단풍, 겨울 눈꽃, 이 정도가 주요 레퍼토리 아니겠습니까.

 '박찾사'와 같은 전문 답사단체가 매주 떠나는 것은 사실 굉장히 어렵습니다. 동선으로 연결해야 되는 문화유적의 코스 짜기도 힘겨운 데다 A4 용지 10장 안팎의 자료집까지 만들어야 하는 노력이 보통 일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여기에 향토 맛집까지 발굴해야 하니까요. 문화유적을 찾아, 그것도 매주 발품을 파는 답사단체는 전국에서 '박찾사'가 유일하답니다. 통상 문화유적답사는 한 달에 한 번꼴로 떠나는 것이 보통이지요.

 장 대장에게 매주 답사를 떠나는 이유를 물어보니 의외의 답이 돌아왔습니다. "누군가는 반드시 해야 될 일이기에 일종의 사명감을 갖고 임합니다."

 이런 '박찾사'가 오는 23일로 답사 300회를 맞습니다. 때론 적자를 감수해가며 이뤄낸 성과이기에 주변에선 의미있는 기록이라고들 합니다. 300회 특집 땐 충남 보령의 무창포 신비의 바닷길과 국보 낭혜화상백월보광탑비를 보유한 성주사지, 부여 무량사, 국립공주박물관 등을 둘러봅니다. 당분간 깨지기 힘든 300회 기록을 이뤄낸 '박찾사'의 저력을 속속들이 해부해 보았습니다.

-박물관을 찾는 사람들 관련 글

 "숨어 있는 1인치의 미학 발견하는 기쁨 느껴 보셨나요"-박찾사(2) http://hung.kookje.co.kr/528


서구 충무동 청궁식당



 싸고 맛있는 수산물을 맛보려면 공동어시장 주변을 찾으라고 한다. 국내 수산업이 위축됐다 하더라도 공동어시장은 여전히 국내 최대 연근해 수산물 위판장이 아닌가. 자갈치시장이나 광안리 회타운이 있지 않은가 하고 반문할지 모르겠으나, 이는 '하나만 알고 둘은 모르는' 이야기다.

 자갈치나 광안리는 주로 가족이나 관광객들이 애용하지만, 공동어시장 주변의 식당은 수산 관련 종사자나 어선원 등이 주로 찾는다. 이 때문에 전자는 가게가 제법 번듯하고 깔끔하나, 후자는 허름하면서 테이블이 많아 봐야 3~4개뿐인 이른바 '함바집'을 떠오르게 한다.

생태탕 아구탕 아구찜 등이 주메뉴지만
대구 물메기 등 미리 주문하면 탕과 회로 준비

 공동어시장 주변의 가게는 단골 위주로 영업해 정이 듬뿍 묻어난다. 손이 커서 양도 푸짐하다. 서구 충무동 골목시장 내에 위치한 청궁식당(051-248-7333)은 정이 넘치는 공동어시장 주변을 대표하는 식당이다. 문을 열고 들어서면 입구가 곧 주방이다. 갖은 양념과 손질이 된 장어와 생태가 보인다. 테이블은 홀에 두 개, 방에 두 개. 이 층 다락방에 세 개.

생태탕 상차림


 주 메뉴는 생태탕 아구탕 아구찜. 한쪽 벽엔 '오늘의 메인 해물탕 장어탕, 아침 특선 된장찌개 꽃게탕'이라고 적혀 있다. 안주인 박소영(56, 아래 사진) 씨는 "조업을 나갔다가 아침에 들어오는 단골 선원들이 된장찌개나 꽃게탕을 먹고 싶다고 연락이 오면 준비하면서 적어 놓는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박 씨는 "우리 집은 하루 전 먹고 싶은 메뉴를 미리 전화로 주문만 하면 대부분 준비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회도 되나요." 돌아온 대답이 구미를 당긴다. "활어는 아니지만, 주문만 하면 돔이나 한치 병어 호르레기 아카모스 등을 장만할 수 있지요." 일종의 선어회가 준비된다는 뜻이었다.


 더 물어봤다. "대구도 먹을 수 있나요." "그럼요, 주문만 하면 5만 원 정도로 대구회와 대구탕을 저렴하지만 아주 맛있게 드실 수 있지요. 물메기회와 탕도 마찬가지예요."

 옆 테이블에 앉아 식사하던 수산 종사자 이인규 씨가 귀띔했다. "주인 아저씨가 통발배를 탑니다. 아저씨가 집에 오시는 날에는 항상 문어 몇 마리씩을 들고오지요. 운이 좋으면 그 싱싱한 문어를 데쳐 먹기도 하고, 두루치기도 해먹지요. 문어 두루치기 들어보셨나요. 가격요? 일반 가게의 50~60% 선에 불과하지요. 회무침을 먹을 땐 아주머니가 알아서 국수까지 삶아 서비스로 갖다 줍니다. 어딜 가서 이런 대접받으며 먹어보겠어요."

 생태탕(7000원)을 주문했다. 요즘처럼 날씨가 추울 땐 생태탕만큼 얼큰한 국물이 없기 때문이다.

 띠뽀리와 무 파 다시마, 여기까지는 일반 식당과 다를 바 없지만 이곳은 새우 가루와 멸치 간 것을 더 넣는다. 테이블에서 고개만 쑥 내밀면 요리 장면이 보여 주의 깊게 살펴봤다. 손질한 생태를 넣고 다진 마늘과 파 등으로 양념하고, 소금과 후춧가루로 간을 맞추며 거품은 수시로 걷어냈다. 박 씨는 "우리 집은 맑은국이나 매운탕의 선택이 가능하며 땡초면 땡초, 콩나물이면 콩나물 등 손님의 취향대로 탕을 끓여준다"고 말했다.

 코고동으로 불리는 자숙골뱅이, 미역, 간장게장, 겉절이, 가자미, 해초의 한 종류인 몰 등이 반찬으로 나온다. 시내의 내로라하는 2만 원짜리에 견줘도 손색이 없다.

 문어숙회와 피데기도 약간 있다고 갖다준다. 서비스라고. 이런 게 정이라는 생각이 든다.


 부산 도시철도 1호선 자갈치역 1번 출구로 나와 서구청 후문 쪽에서 횡단보도를 건너 'Qook Show' 건물 옆 골목으로 400m쯤 걸으면 찾을 수 있다.

 
싱글로 가는 길 고수에게 배운다
                       <겨울철 골프 요령>

  -에이원CC 정남배 명예 클럽챔피언

                  

  국내 여자 무대에서 1승도 신고하지 못한 배경은 프로가 지난 2005년 겨울 파4 홀(380야드)에서 날린 드라이버 샷이 바로 온그린 돼 화제가 된 적이 있다. 볼이 꽁꽁 언 페어웨이를 맞고 떼굴떼굴 굴러준 덕분. 이 홀에서 그는 투 퍼트를 하고도 버디를 잡았다.

 이처럼 겨울 골프는 프로든 주말 골퍼든 의외성이 많다. 내기 골프를 하더라도 핸디캡을 주지 않을 정도니까. 토핑한 볼이 굴러 온그린이 되는 것은 다반사고, 미스 샷 된 볼이 꽁꽁 언 해저드를 맞고 기사회생하기도 한다. 그뿐인가. 그린을 향해 쏘아 올린 회심의 샷이 딱딱한 그린을 맞고 하늘로 솟아 그린 뒤편으로 날아가 어이없는 OB가 되기도 한다.

언 워저드 맞고 온그린 가능성이 있는 남코스 5번 홀.


 그래서 겨울 골프는 '운칠기삼'이라고. 코스 상태가 정상적이지 않다 보니 스코어를 구성하는 요인이 운 70%에 기술은 30%밖에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스코어도 평소보다 10개 안팎으로 들쑥날쑥하기 일쑤.

 에이원CC 정남배(50) 명예 챔피언(이하 정 챔프)은 "운칠기삼은 겨울 골프를 잘 몰라서 하는 얘기"라며 "라운드 전 겨울 골프 대처 요령만 숙지하면 '운오기오' 정도로 맞출 수 있다"고 말했다. 정 챔프는 2005, 2008, 2009년에 각각 에이원 클럽 챔피언전에서 우승한 경력을 자랑한다. 부산 골프계에게 몇 안 되는 명예 클럽챔피언이다. 덩치는 작지만, 쇼트 게임에 탁월한 실력을 보유한 정 챔프와 함께 겨울 골프를 함께 배워보자.

겨울엔 평소의 4분의 3스윙으로 맞치는데 중점을 둬야 한다.

평소 정남배 챔프의 7번 아이언 스윙 모습.


워밍업 없이 클럽을 잡지 마라

 지난 7일 오전 양산시 매곡동 에이원CC. 이날 부산의 최저 기온은 영하 4도였지만 대운산 천성산에 둘러싸인 에이원은 혹한에 바람까지 불어 체감 기온은 영하 8도. 취재만 아니라면  집에 오고 싶은 심정이 들었다.

 지난 4일 내린 눈이 녹지 않고 얼어버려 티잉그라운드와 페어웨이를 제외한 벙커나 러프 등지에는 잔설이 남아 있었다. 골프장 측은 이를 고려해 손님들에게 컬러볼 3개씩을 제공했다. 초보자는 별도 컬러볼을 더 준비해야 한다. 흰 볼은 벙커에 빠진 걸 뻔히 보고도 찾을 수 없으니까.

 정 챔프는 "겨울 골프는 스코어보다 부상 없이 건강하게 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말했다. 스트레칭이 샷 요령이나 코스 공략보다 훨씬 중요하다는 것이다. 가뜩이나 추위로 근육이 굳은 상태에서 거리를 내기 위해 무리하게 풀스윙을 하다 언 땅을 내려찍는 소위 '뒤땅'을 때렸다가는 팔꿈치나 갈비뼈 허리 등에 심각한 상처를 입을 위험이 크다. 당장은 큰 부상이 아니더라도 이게 후유증으로 남아 부상으로 이어지기 십상이다.

 정 챔프는 라운드 전 자동차를 예열하듯 스트레칭으로 워밍업을 해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몸에 땀이 날 정도까지 해주는 것이 좋으며, 워밍업이 안 된 상태에서는 절대 클럽을 만지지 말라"고 충고했다.

 "단번에 몸에 열을 내기 위해 서둘러 드라이버로 풀스윙을 반복하면 근육이 놀라 순식간에 부상을 당할 수 있으니 이럴 땐 차라리 5분 정도 제자리 뛰기를 하는 것이 좋은 방법입니다."

 옷은 두꺼운 것보다 얇은 옷을 켜켜이 입는 것이 효과적이며, 이동할 땐 카트를 타기보단 걷는 것도 체온 유지의 좋은 방법이다. 타이거 우즈는 기온이 내려가면 절대 카트를 타지 않고 걷는다고 한다. 추위 앞에는 장사가 없다.

코스 공략은 '쓸어치고 굴려 쳐라'

겨울 필드는 대부분 얼어 있어 찍어치는 샷은 효과적인 방법이 아니다. 정 챔프는 "겨울에는 몸통 회전을 원활하게 하려고 스탠스를 평소보다 약간 크게 한 후 찍어치는 샷보다는 4분의 3 스윙으로 걷어내듯 쓸어치는 기분으로 맞히는 데 중점을 둬야 한다"고 말했다. 이는 '겨울 골프는 거리보다는 방향성에 주안점을 둬야 한다'는 속설에 부합되며, 동시에 부상 위험을 줄이는 방법이다.

 그린 공략 땐 그린 3m 앞을 노려 런으로 온그린되게끔 하는 게 좋다. 얼은 그린을 직접 노리면 볼은 어김없이 튀어 그린 밖으로 나가는 낭패를 보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겨울엔 옷을 많이 껴입어 몸통 회전이 원활하지 않아 거리가 생각보다 적어 한 클럽 길게 잡는 것이 무난하다.

그린 주변에서는 상황에 맞춰 클럽을 택해야 하는 창의적인 골프가 필요하다.
 정 챔프는 "그린 근처에서 샷을 할 땐 56도나 60도 등 로프트 각이 큰 웨지는 될 수 있으면 사용하지 말고 피칭웨지나 8번 또는 9번 등 쇼트 아이언을 이용해 톡톡 굴려야 효과적이다"고 말했다. 얼어붙은 그린에선 프로들도 볼을 자유자재로 세우는 것은 불가능하기 때문에 경사나 장애물이 없는 그린 주변에서는 아예 퍼터로 핀을 노리는 것도 하나의 좋은 방법이다.

잔설이 남은 서코스 1번 홀. 컬러볼 준비는 필수.

골프화 바닥의 눈은 수시러 털어줘야 한다.


 벙커 탈출도 겨울에는 평소와 달리하면 유리하다. 턱이 높지 않은 벙커가 얼었을 때도 샌드웨지 대신 퍼터로 굴리는 편법을 써도 무방하다. 반면 벙커의 눈 위에 볼이 있으면 샌드웨지로 퍼올리듯 하면 뜻밖에 쉽게 탈출할 수 있다. 눈을 밟은 다음에는 반드시 골프화 바닥을 클럽으로 털어줘야 한다. 그러지 않으면 중심이 흔들릴 수 있다.

 티 높이도 빠뜨릴 수 없는 고려의 대상이다. 얼은 티잉그라운드에서 원하는 만큼 티가 잘 들어가지 않아 기자가 대충 꽂고 치려고 하자 정 챔프는  "주말 골퍼들이 가장 간과하는 부분이 티 높이"라며 "귀찮더라도 티 높이는 평소와 같게 꽂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렇지 못할 경우 하이볼이 나오지 않을까 봐 심적으로 불안하고, 이 불안한 마음이 스윙 폼을 흐트려 곧바로 미스 샷으로 이어진다는 것이다.

 정 챔프는 볼의 중요성도 언급했다. "기온이 크게 떨어지면 볼의 반발력이 떨어져 비거리가 줄어들기 때문에 홀 아웃 후 이동할 땐 꼭 주머니 속에 넣어 따뜻하게 하면 거리 손실을 줄일 수 있어요."

또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은 퍼팅

겨울 그린은 잔디의 생육 등 여러 조건을 고려해 기본적으로 짧게 깎을 수가 없다. 잔디 보호가 우선이기 때문이다.

 그린의 잔디가 길어서 우선 그린 스피드가 늦고 라인도 덜 탄다. 평소보다 과감하게 세게 쳐야 하는 것은 당연지사. 여기에 그린의 환경도 시시각각으로 변해 흔히 겨울 그린을 카멜레온이라 부른다. 꽁꽁 언 데다 서리까지 낀 오전 그린에선 좀 더 세게 쳐야 하지만 기온이 조금씩 오르면서 서리가 없어지는 오후 그린에서는 오전보다 조금 약하게 퍼팅해야 한다.

 챙겨야할 변수가 또 있다. 앞서 설명한 상황이 정적이라면 골퍼의 스파이크에 달라 붙은 얼음이나 서리 그리고 잡풀 등이 여기저기 널브러져 있는 것은 동적인 변수. 이 모든 것이 퍼팅할 때 볼의 흐름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골퍼들은 그린 상태를 꼼꼼하게 살펴야 한 타라도 줄일 수 있다. 하지만, 볼이 미세하게 통통 튀면서 구르는 것은 어쩔 수 없는 노릇. 해서, 먼저 하는 동반자의 퍼팅을 꼼꼼히 살펴야 하는 것은 필수 사항이다.

 스키장 덕분에 무주는 겨울 여행지로 각인돼 있지만 알고 보면 여름철 가족동반 여행지라 해도 전혀 손색이 없다. 나라땅 최고의 계곡으로 무주33경을 품은 구천동계곡, 스키 이외에도 즐길거리가 무궁무진해 사계절 휴양지로 각광받고 있는 무주리조트가 자림매김하고 있기 때문이다.

 덕유산 주봉인 향적봉을 기준으로 서로 반대쪽에 위치한 구천동계곡과 무주리조트는 산꾼들에게 들머리와 날머리로서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차로 이동하면 6, 7분 정도 걸린다.

 무주리조트 곤돌라가 생긴 1997년 이전의 덕유산 등반길은 십중팔구 구천동계곡에서 출발해 백련사를 거쳐 향적봉에 오르는 코스가 일반적이었다. 산행을 굳이 하지 않더라도 삼공매표소에서 백련사까지의 6㎞ 구간은 삼림욕을 겸한 가족 산책로로 제격이다. 녹음이 우거진 계곡 숲속에 들어서면 사바세계에서 찌든 삶이 눈녹듯 사라지며 1분 이상 발을 담그기 힘든 계곡수는 수정같이 맑고 청명하다.
 예부터 9000명의 생불(生佛)이 나올 정도로 깊고 그윽한 계곡이라 해서 명명된 구천동계곡에는 무주33경이 숨어 있다.

 삼공매표소를 통과하면 15경 월하탄부터 시작되며 나머지 1~14경은 구천동계곡 하류인 원당천을 따라 포진해 있다. 신라와 백제의 국경이었던 나제통문(1경) 백련사(32경) 덕유산 정상 향적봉(33경)을 제외한 나머지는 굽이굽이마다 모두 너른 반석과 크고 작은 소 담 폭포가 이어져 나그네의 발길을 붙잡는다.

 폭포수가 달빛에 비치면 장관을 이룬다는 월하탄, 옛날 백련사를 오가는 스님들과 불도들이 쉬어가는 곳인 안심대, 2단폭포인 구천폭포 등을 거쳐 속세와의 인연을 끊는다는 이속대를 벗어나면 고즈넉한 산사의 분위기가 묻어나는 천년고찰 백련사에 이른다.

여기서 놓쳐선 안 될, 하지만 그냥 지나치기 쉬운 볼거리가 하나 있다. 백련사 일주문 옆 부도밭 맨 우측에는 최근 조성한 듯한 회백색 부도탑 두 기가 바로 그것이다.
 영국 데일리메일(
www.dailymail.co.uk) 회장을 지낸 러더미어 3세와 그의 한국인 장모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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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연이 이랬다.
러더미어 3세의 두 번째 부인은 한국인이었고, 그의 장모 전주 최씨(최낙순)의 고향이 무주 구천동이었다. 생전에 구천동계곡을 찾은 러더미어 3세는 계곡의 풍광에 매료돼 사후에도 영원히 이곳에 남을 방법으로 부도를 택했다고 전해온다. 장모는 오래 전부터 백련사의 절실한 신도였고, 이를 계기로 러더미어 3세의 도움으로 백련사에 많은 시주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나란히 놓인 두 기의 부도는 장모와 사위의 것인 셈이다. 부도 바로 옆 안내석에는 '영국 자작 러더미어 3세'와 그의 부인 및 장모의 이름, 그리고 이 같은 사연이 적혀 있다. 참으로 사람의 인연은 묘하고 그 끝을 알 수가 없다.

 정확히 10년 전인 1998년 조성 당시에는 알려지지 않았지만 뒤늦게 그 사연이 밝혀지면서 언론에 크게 보도됐다고 전해온다. 씁쓸한 점은 당시 언론에서 러더미어 3세와 장모의 부도 조성 사연에 촛점이 맞춰진 것이 아니라 미망인의 상속액이 얼마였던가에 관심이 집중됐다는 것이다.

 다시 무주33경으로 돌아와 나머지 14경을 보려면 무주리조트에서 나와 좌회전, 고가도로를 타지 않고 그 왼쪽 '성주 설천' 방향 37번 국도를 타면 된다. 대부분 계곡 쪽으로 접근이 차단돼 있지만 중간쯤 주차할 공간과 진입로가 한 곳 보인다. 제6경인 일사대 가는 길이다. 구천동계곡 3대 명승지 중의 하나인 이곳은 구한말의 학자 송병선이 서벽정을 짓고 대자연과 더불어 은거한 곳이다. 너른 암반과 소가 형성돼 있어 멋과 운치가 빼어나 한번 들러볼 직하다.

 37번 국도를 따라 계속 달리면 1경인 나제통문에 닿는다. 안내원이 옛 병졸 복장을 한 채 관광객을 맞고 있다. 나제통문 앞 삼거리에서 좌회전하면 최근 무주시가 조성한 반디랜드를 거쳐 무주읍으로 이어지며, 우측 나제통문을 통과하면 경북 김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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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주33경 중 2경인 백련사 대웅전(왼쪽)과 일주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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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무주33경 중 27경인 구천폭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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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무주33경 중 1경인 신라와 백제의 국경이었던 나제통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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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조리조트와 설천봉을 잇는 관광곤돌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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