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글로 가는 길 고수에게 배운다

 -'끝장 레슨'의 주인공 임진한 프로



 나이를 불문하고 국내 남녀 프로 골퍼 중 동호인들의 사랑을 가장 많이 받는 사람은 누구일까. 신지애 최경주 양용은…. 천만에. '끝장 레슨'의 주인공 임진한(54·부산외대 초빙교수) 프로다. 매주 금요일 밤 SBS 골프채널에서 그가 진행하는 '레슨투어 빅토리'는 이제 골프 동호인들의 필수 프로그램이 돼 버렸다. 그의 인기 코너 '끝장 레슨'은 이미 장안의 화제를 넘어 주말 골퍼라면 한 번쯤 참가하고픈 동경의 대상이다. 비싼 돈 주고 생중계하는 미PGA 메이저대회 시청률을 앞선 것도 이젠 뉴스거리가 못 된다.

지난 1977년 약관 20세의 나이로 KPGA 무대에 데뷔한 임 프로는 1983, 1984년 최고 권위의 한국프로골프선수권을 연속 제패한 후 2000년 SBS 최강전 우승을 마지막으로 국내외에서 8승을 올린 후 은퇴했다. 1992년엔 국내 프로 선수 최초로 당시로선 큰 벽이었던 일본 프로테스트를 통과, 1996년까지 활동하며 3승을 기록했다.

'스타플레이어 출신은 훌륭한 지도자가 될 수 없다'는 스포츠계의 속설을 깨고 은퇴 후 그는 허석호 양용은 최광수 이미나 등을 길러내 지도자로서의 능력도 유감없이 발휘했다.

"스트롱 그립이 최근 대세, 힘 약한 여성골퍼는 필수
임팩트 때 클럽 페이스 스퀘어로 돼 볼 똑바로 맞아
그립 잡을 땐 최대한 힘 빼야 비거리 늘릴 수 있어"

부산 출신인 그는 이후 선수 및 지도자 시절의 소중한 경험을 바탕으로 아마추어 골퍼들을 위해 팔을 걷어붙이고 나섰다. 신문에 골프 칼럼을 쓰고 골프 책도 내고, TV에도 나와 레슨을 하는 것도 모두 이 같은 연유에서다.

'끝장 레슨'을 한 번이라도 본 주말 골퍼들은 한결같이 "임 프로처럼 개개인의 눈높이에 맞춰 쉽게 그리고 편안하게 설명해주는 코치를 본 적이 없다"고 말한다. 족집게 과외가 따로 없단다. 그래서 그의 레슨은 국내외 그 어떤 프로보다 믿음이 간다고 정평이 나 있다. 그의 이름 앞에 항상 '한국의 레드베터'라는 수식어가 붙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임진한 프로의 다양한 표정.

그 표정이 재밌어 여러 컷 잡아봤다.


■ "기본에 우선 충실하라"

수년 전 국제신문에 6개월간 골프 칼럼을 쓴 적이 있는 임 프로는 "촬영을 위해 전국을 돌면서 만난 각 지역 주말 골퍼들의 공통점은 기본을 지키지 않고 있었다"고 말했다. 세계적인 투어 프로들 가운데에도 오버스윙을 하거나 팔자스윙을 하는 등 독특한 습관을 지닌 프로들도 적지 않지만 한 가지 분명한 점은 그들은 골프에 있어 가장 기본적인 스윙 메커니즘은 지키고 있다는 것.

임 프로는 "골프의 기술은 하늘의 별만큼 다양하지만 이 자리에선 아마추어 골퍼가 반드시 지켜야 할 가장 기본적인 사항 몇 가지만 간략하게 소개한다"고 말했다.

우선 그립. 스윙의 첫 단계인 어드레스를 제대로 하려면 그립, 클럽의 정렬, 몸의 자세, 공의 위치, 발의 자세가 모두 잘 정돈돼야 한다. 임 프로는 이 중에서 그립이 스윙궤도를 결정짓고 힘을 효과적으로 발휘하게 하는 기본 중의 기본이라고 강조했다. 그립은 몸의 파워를 클럽에 전달하는 매개로, 그립이 제대로 돼야 파워가 전달되고 방향의 일관성이 유지된다.

임 프로는 샤프트를 오른쪽으로 약간 틀어 잡는, 쉽게 말해 왼손 손바닥이 거의 바닥을 보고 그립을 잡는 스트롱 그립(아래 사진)을 권했다. 왼손의 엄지와 검지가 만드는 V자 홈은 오른쪽 어깨를 향하고, 왼 손등의 뼈는 위에서 내려다 봤을 때 두 번째까지 보여야 제대로 잡은 것이다.



이럴 경우 임팩트 순간 자연스럽게 클럽 페이스가 스퀘어로 세워져 볼이 똑바로 맞는다는 것이다. 반면 위크 그립일 경우 임팩트 순간 손목을 빨리 돌리지 않으면 클럽 페이스가 열려 대부분 슬라이스가 난다는 것이 임 프로의 설명이다.

특히 힘이 없는 여성 골퍼에겐 스트롱 그립이 필수적이며, 이래야만 공에 힘도 받고 볼이 잘 뜬다고 했다. 임 프로는 힘있는 투어 프로들도 위크 그립을 잡는 경우는 아주 드물다고 덧붙였다.

임 프로는 또 그립을 잡을 땐 최대한 힘을 빼라고 주문했다. 있는 힘을 다해 물건을 잡을 때 힘의 세기가 10이라면 그립은 3~4 정도만 주라고 했다. 실제 스윙할 때 힘이 들어가기 때문이란다. 스윙 전 왜글을 할 때 헤드 무게가 느껴지면 힘을 제대로 뺀 것이며, 왜글 전에 손목에 힘을 빼고 흔들어주는 것도 하나의 좋은 방법이다.

임 프로는 "결국 손목을 부드럽게 해서 힘을 빼야 헤드 무게를 느낄 수 있고, 그래야만 헤드스피드를 최대한 내 볼을 멀리 보낼 수 있다"고 말했다. 부드럽지 않으면 절대 강해질 수 없다는 것이다.

물 흐르듯 부드러운 드라이버 샷.

보기에도 좋고 거리도 아주 멀리 날아갔다.



체중 이동도 강조했다. 이론은 쉽지만 가장 잘 되지 않는 것이 체중 이동이라고 강조한 그는 백스윙 톱에서 다운스윙으로 내려올 때 먼저 왼 발바닥으로 지면을 꾹 눌러주면서 체중 이동이 시작된다고 생각하면 이해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다운스윙 땐 지면에서 가까운 순서인 발바닥-무릎-히프-손 순으로 움직여야 한다고 했다. 그는 주말 골퍼들이 거리가 나지 않는 것은 피니시 이후에 체중 이동이 되지 않고 오른쪽에 체중이 남아 있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임 프로는 혼자서도 체중 이동을 쉽게 할 수 있는 방법도 소개했다. 백스윙 때 왼발을 들고, 다운스윙 때 투수가 공을 던지기 위해 발을 착지하듯 그 왼발을 땅에 디딘다는 것이다. 이후 팔로스루와 피니시는 일반 스윙과 똑같이 하면 된다. 이 연습이 제대로 이뤄지면 클럽 헤드가 바람을 가르는 소리가 난다고 했다.

임 프로는 "이 연습은 체중 이동과 함께 스윙 템포를 일정하게 해주고 동시에 임팩트 때 힘을 주는 요령까지 터득하게 해줘 생겨 1석3조의 효과를 얻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현재 국내 KLPGA에서 활동하는 김혜윤 프로는 평소 볼이 잘 맞지 않자 아예 이 스윙폼으로 대회에 나가 올해 생애 첫 우승을 기록했다.

마지막으로 임 프로는 임팩트 순간 머리 위치는 반드시 공 뒤쪽에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레슨 동영상이나 프로들의 스윙을 유심히 볼 때 머리 위치가 볼 앞에 있는 경우는 아마도 없을 것이라고 했다. 혹 백스윙이 다소 불안전하게 됐다 해도 머리 위치만 제대로 지켜진다면 임팩트 순간 바른 자세로 교정이 되기 때문에 슬라이스가 방지된다고 설명했다.

또 샷을 할 땐 숨을 내뱉은 상태에서 잠시 멈추고 스윙을 하라고 덧붙였다. 숨을 들이마시면 어깨가 불쑥 올라가면서 힘이 들어가기 때문에 반드시 호흡조절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최근 임 프로는 퍼터를 바꿨다.

고리원전이 보이는 베이사이드CC.


임진한, 그것이 알고 싶다

국내 골퍼 중 가장 바쁘다고 소문이 자자한 임진한 프로. 어느 정도인지 구체적으로 물어봤다. 돌아온 대답은 '일~월요일 '레슨투어 빅토리' 촬영, 화요일 임진한 아카데미 레슨, 수요일 학교 강의, 목요일 '레슨투어 빅토리' 기획 회의, 금요일 선배 연습장 레슨, 토요일 개인 사업 업무'.

가장으로선 거의 '빵점'에 가깝지만 농구 국가대표 출신인 부인 황영숙 씨가 잘 이해해줘 지금까지 그럭저럭 일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개인 연습은 전혀 하지 않고 한 달에 한 번 정도 라운드를 한다는 임 프로는 몣1500명이 예선을 거쳐 30명이 본선에 오르는 일본 시니어 대회가 유일하게 출전하는 시합몤이라고 말했다. 아직 녹슬지 않았다는 얘기다. 참고로 베이사이드CC에서 취재를 위한 라운드에서 그는 72개를 쳤다. 마지막으로 그는 "내년부터 부산외대에서 골프 CEO과정을 연다"며 "많은 관심과 홍보를 부탁한다"고 말했다.





길따라 맛따라- 동래구 사직1동 '서영삼겹'



밥 짓는 시간 40분…고기 시킬 때 같이 주문

중독성 강한 소스와 된장 푼 소면도 별미

   
아무리 고기를 많이 먹어도 밥을 먹지 않으면 식사를 하지 않은 것으로 우기는 한국 사람. 서양인의 관점에선 '이상한 족속'들로 보이는 한국인들은 하지만 식당 밥이 떡밥이 돼 나와도 그러려니 하고 그냥 먹는다. 반찬투정은 해도 이상하리만치 밥에 대해선 아주 관대하다. 이를 두고 허영만은 '식객'에서 "우리 한국인들은 밥 본래의 맛을 잊고 있다"고 일침했다.

 그래서 밥이 맛있는 집을 소개한다. 사직야구장 인근 '서영삼겹'(051-503-7708)이다. 사직운동장 주변 부산시체육회 관련 인사나 부산 연고 프로 선수들 그리고 단골들만이 주로 찾는 숨은 맛집이다.

양은냄비밥은 4시간 정도 불려야 적당.
냄비도 크기 별로 다양. 왼쪽은 2인분용, 우측은 3~4인분용.
밥 완성. 뜸 들이는 데까지 대략 40분 정도.
양은냄비째로 손님 테이블로 나온다.
바닥까지 싹싹 끍으면
주인장이 다시 갖고가 누룽지를 완성해 대령하지요.

이곳에선 양은냄비에서 한 밥을 즉석에서 바로 먹을 수 있다. 손님이 몰릴 땐 시간이 금인 주방에서 누룽지를 만들기 위해 필수인 뜸을 들이기 위해 5분이라는 시간을 할애하는 정성을 아끼지 않고 있다.

'서영삼겹'은 고기를 시킬 때 밥을 같이 주문해야 된다. 메뉴판에도 그렇게 적혀 있다. 밥 짓는 시간이 40분 정도 걸리니까.

 맛있는 밥의 비법은 이랬다. 쌀은 도정한 지 15일 이내 것을 사용하며, 4시간 정도 쌀을 불려야 한다. 처음엔 냄비 뚜껑을 열어놓은 채 강한 불로, 끓기 시작할 땐 뚜껑을 닫으며 중불로, 뜸 들일 땐 약한 불로 낮춘다. 주의할 점은 냄비 안의 수증기는 날려보내야 하고, 밥물은 절대로 넘치면 안 된다. 둘 중 하나라도 어기면 밥맛은 떨어진다.

"양은냄비라 가끔씩 태우기도 할 텐데"라고 묻자 안주인 문광순(52) 씨는 "양은냄비 밥만 13년째"라며 "절대 그런 일은 없다"고 말했다.

양은냄비째로 나온 밥의 맛은 어떨까. 윤기가 잘잘 흐르면서 따끈따끈한 열기가 입안에 꽉 차는 이 맛은 일본이 자랑하는 니가타의 고시히카리 쌀밥에 비해 손색이 없다. 이어 나오는 누룽지까지 먹으면 행복해지기까지 한다.

어떤 쌀을 쓰는지도 궁금했다. "평야 쌀은 압력밥솥에 맞고 양은냄비엔 간척지 쌀로 해야 밥맛이 더 좋아요. 저희는 경북 포항 흥해쌀과 전남 강진쌀만 사용하죠. 가격 차이는 별로 없어요." 그러면서 수십 번의 시행착오의 산물이라 덧붙였다.

생고기만 쓰는 이 집은 고기 선택에도 까다로웠다. 충북 청원산 최고급 돼지고기만 쓴다고. "왜 하필?" 하고 물으니 타 지역의 소문난 수많은 고기를 맛봤지만 이곳 고기가 특히 담백하고 단맛이 나기 때문이란다. 조승호(52) 사장은 "호텔 주방장이나 고깃집 주인들이 와도 고기 하나는 정말 좋다고 칭찬한다"고 말했다. 고기를 찍어 먹는 소스 또한 이 집만의 자랑. 일부 손님들은 간장으로 알고 있지만 실은 몸에 좋다는 강화약쑥 삶은 물에 상황버섯 헛개나무 인삼 구기자 대추 등 22가지를 1시간 정도 달인 것에 진간장 4분의 1과 땡고추를 얇게 썰어 넣었다.

'서영삼겹' 주인장 부부 조승호, 문광순 씨.
양은냄비밥 못지않게 고기 또한 아주 맛있다. 정말이다.
이 집의 자랑인 소스는 정말 중독성이 강하다.
띠포리 육수에 된장을 푼 소면 또한 일품이다. 밥 취재에 하러 갔다 소면에 반해버렸다.

중독성이 아주 강해 양은냄비 밥과 함께 단골을 만드는 쌍두마차란다. 소면까지 추가하면 삼두마차라 해도 손색이 없다. 띠포리 육수에 된장을 풀어 고명 대신 대파 양파 당근 땡초를 곁들인 소면의 맛은 별미다.

양은냄비 밥과 소면은 고기를 주문해야 맛볼 수 있다. 각각 1인분 3000원. 생항정살 생가브리살(120g 7000원) 생삼겹살 생목살(〃 6000원). 사직야구장 정문쯤이 보일 때 우회전, 두 번의 사거리를 지나면 삼거리가 나온다. 오른쪽 사직교회 방향으로 틀자마자 바로 우측에 큰 간판이 보인다. 만일 삼거리에서 왼쪽으로 가면 사직동 산복도로와 만난다. 20대 주차 가능.

'서영삼겹'은 원래 지하철 3호선 사직역 쪽에서 야구장 가는 도중 위치해 있었다. 입소문을 점차 타면서 가게가 좁아 올해 3월 초 지금의 이곳으로 확장, 이전했다.

하지만 문제가 하나 남아 있다. 이전하기로 했지만 가게가 생각보다 빨리 나가지 않자 주인장은 그 가게를 새 주인에게 물려주면서 간판과 메뉴를 그대로 사용해도 된다고 하고 계약했다. 맛과 관련해선, 두 말하면 잔소리가 아니겠는가.

그 사실을 모르는 옛 단골들이 옛 서영삽겹을 찾았다가 주인이 다르다는 사실을 알고 다시 연락해 찾아오는 사례가 많다고 한다.

이 집의 단골은 부산시체육회 산하 경기단체 회장들과 롯데 자이언츠 직원들과 선수들, 그리고 치어리더들.

그럼 문제 하나. 이들 중 누구의 식성이 가장 왕성할까.
정답은 치어리더들이란다. 주인장의 증언에 따르면 덩치 큰 야구선수들보다 2배 정도 많이 먹는단다. 3시간 동안 힘찬 몸짓으로 에너지를 소비했으니까 당연한 것 아니겠는가 하는 것이 주인장의 설명이었다.

 










싱글로 가는 길 고수에게 배운다 

        -용원CC 싱글회 회장 문현소


클럽챔피언 참가하는 전국 아마대회 우승 3회
싱글 위해선 '골프 우선'원칙 지키고 매일연습
단기간에 스코어 줄이려면 쇼트게임 매진해야

 
세미 프로보다 잘 치는 아마 골퍼
 
프로야구 삼성 라이온즈에 '양신(梁神)'이 있다면 지역 골프계에는 '문신(文神)'이 있다. 문현소(59·삼양개발 대표이사) 챔피언을 두고 회자되는 말이다. 그는 부산 울산 경남지역 아마 골퍼들의 표상이자 희망이다. 호쾌한 드라이버와 아이언 샷, 정교한 어프로치와 퍼팅. 그와 라운드를 하면 어깨에 힘이 들어가지 않을 수 없고, 동시에 손에 땀이 난다.

그가 이뤄낸 굵직한 기록부터 살펴보자. 동래베네스트 및 통도파인이스트CC 클럽 챔피언 각 3회, 용원CC 클럽 챔피언 2회, 경남신문배 우승 3회, KNN 골프대회 우승 2회 등등. 지역 대회 우승 경력은 이렇고 전국의 내로라하는 클럽 챔피언들이 대거 참가해 자웅을 겨루는 전국대회 우승도 적지 않다. 스카치블루배 2연패, 부산MBC 대회 우승 1회가 그것이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지금은 후배 아마 골퍼들을 위해 클럽 챔피언 대회에는 일체 참가하지 않는다. 대신 현역 클럽 챔피언이 5명이나 속한 지역 클럽 싱글회의 모범인 용원CC 싱글회 회장을 맡아 '조용히' 활동하고 있다.

지역 골프계는 사업체를 경영하다 보니 많은 대회에 참가하지 못해 그렇지 더 많은 대회에 나갔더라면 이보다 훨씬 좋은 성적을 냈을 것이라는 시각을 갖고 있다. 그러면서 그의 실력을 KPGA 투어프로와 세미프로와의 중간쯤이 될 거라고 평한다.

기록 또한 화려하다. 용원 백로 6번(파5·531m) 홀 알바트로스, 한수 이남에서 가장 길다는 통도파인이스트 남코스 68타, 같은 골프장 북코스 65타는 당분간 깨지기 힘든 기록으로 남아 있다.

그의 호쾌한 드라이브 샷 모습.

■ 골프는 잘 치는 사람과 라운드해야 빨리 늘어  
 
문 챔피언은 최근 골프 부킹을 해본 적이 없다고 한다. 아무튼 골프는 잘 치고 봐야 한다. 그는 "내 입으로 말하기는 좀 뭣하지만 가장 빨리 느는 방법 중 하나가 잘 치는 사람과 라운드를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세세한 기술부터 긴장의 끈을 놓치 않는 집중력 등은 연습장에선 절대 배울 수 없는 노하우라고 귀띔했다.

단도직입적으로 물었다. 싱글로 가는 지름길은 도대체 어디 숨어 있느냐고. 챔피언도 잘라 말했다. "체계적인 연구와 효율적 연습."

"열심히 연습하고, 필드에 자주 나가면 1~2년 안에 웬만하면 80대 초반까지는 가능하지요." 여기서 골프와 당구를 비교했다. "당구도 골프처럼 목숨 걸고 치면 300점까지는 어느 정도 도달하죠. 내 생각엔 당구 300점과 골프 80대 초반이 비슷한 단계인 것 같아요. 하지만 여기서 400점 또는 70대 스코어로 각각 한 단계 뛰어넘기 위해선 체계적인 연구와 효율적 연습이 필수적이죠."

"이때부턴 시간 날 때 치면 안 돼요. '골프 우선'이란 원칙이 지켜져야 하지요. 훈련 계획을 세워 거의 매일 잘 안 맞는 클럽을 중심으로 집중력과 효율성을 갖고 연습해야 합니다." 더 구체적으로 설명해 달라는 물음에 그는 그렇게 설명했다. 연구를 하며 한 샷, 한 샷을 날려야 한다는 것이다. 물론 프로에게 배우면 좋겠지만 여건이 허락되지 않으면 스윙 폼이라도 한 번 봐 달라는 부탁을 해서라도 자신의 스윙을 가다듬어야 한다고 했다.

그는 단기간에 스코어를 줄이기 위해선 그린 주변에서의 쇼트게임을 집중 연습할 것을 충고했다. "요령만 알면 4~5타는 순식간에 줄일 수 있기 때문이지요." 드라이버 샷, 페어웨이 우드 샷, 아이언 샷은 '핸디캡 그대로의 샷'이지만 짧은 어프로치 샷은 '핸디캡을 좌우하는 샷'이라는 사실을 항상 머릿속에 둬야 한다는 것.

이는 통계 수치로도 입증된다 . 비록 미국 데이터이지만 스코어 관리에는 큰 도움이 될 듯싶다. 91타를 치는 보기플레이어의 파온은 18홀 기준 2개, 싱글에 진입하는 81타 골퍼의 파온은 7개에 불과하다. 평균 71타를 치는 프로들의 파온도 12개로 70%를 넘지 못한다. 결국 어프로치 샷으로 핀 가까이 얼마나 붙일 수 있느냐가 스코어 줄이기의 관건이 될 수밖에 없음을 보여준다.

챔피언은 스윙 못지않게 라운드 도중 무시할 수 없는 주의사항도 소개했다. 이는 순전히 25년 구력의 경험에서 체득한 것이라고 했다.

통상 막걸리 한 잔을 걸치는 그늘집 다음 홀에선 티샷에 신중을 더 기하고, 버디를 잡았거나 쇼트퍼팅을 놓쳤을 때도 이동 중 빨리 그 사실을 잊으라고 주문했다. OB를 낸 후 잠정구를 칠 때도 기다리는 동료들이나 캐디를 의식해 바로 샷을 하지 말고 한 번쯤 티잉그라운드를 돌면서 여유를 가지라고 덧붙였다.

또 라운드 전날 가볍게 몸을 푼다며 배드민턴이나 테니스 등 다른 운동을 하지 말라고 했다. 사용하는 근육이 달라 몸의 밸런스가 깨진다는 이유에서다. 미국 PGA의 한 선수가 라운드 전날 지붕의 기와를 손보다 다음 날 시합을 망친 사실도 같은 맥락이라고 했다. 가볍게 스트레칭 정도만 하고, 그래도 불안하면 연습장에 가서 어프로치 샷만 70~80개 정도 연습하기를 권했다.

정교한 퍼팅 모습.

■ 챔피언의 골프 일기  
  
궁금했다. 평소 어떻게 연습하는지. 분명 참고해볼 만해 일문일답으로 알아봤다.

-라운드는 얼마나 자주 하는가. "지난 6개월을 기준으로 해보니 일주일에 평균 1.2회 정도였다."

-연습은 어떻게. "일주일에 3~4회 집 근처 연습장에 간다. 300~500개 정도를 치면 2시간쯤 걸린다. 아이언과 어프로치 샷 위주로 한다. 드라이버 샷 연습은 마지막에 몇 개 정도 한다. 퍼팅은 사무실이나 집에서 시간 나는 대로 한다. 연습을 하지 않고 싱글 유지는 불가능하다. 골프에도 왕도는 없다."

-어떤 클럽을 사용하나. "60도 웨지를 하나 더 사용한다. 어프로치 때 60도 이것만 쓴다. 굴릴 때는 P와 9번 아이언을 번갈아 사용한다. 우드는 지난해까지 4, 7번 우드를 사용했지만 나이가 들면서 거리가 줄어 금년 초부터 3, 5번 우드로 바꿨다."

-비거리는 현재 어느 정도. "못 믿겠지만 한창 땐 드라이브 비거리가 280~290m였다. 지금은 230~240m 정도. 3번 우드 210~220m, 5번 우드 200~210m, 4번 아이언 180~190m, 그 다음부터 10m씩 빼면 된다."

-내기골프는 하나. "캐디피 내기 정도. 많이 따면 거의 돌려준다.내기할 때 흔드는 숨은 노하우를 하나 알려줄까. 티샷 때 큰 소리로 '굿샷'이라고 외치면 상대방의 어깨에 힘이 잔뜩 들어가지. 하지만 퍼팅 때 '나이스'라고 하면 계속 잘 넣으니 주의할 것. 아이언 샷을 하고 나서 괜히 '앞바람이 생각보다 심하네'라고 하든지, 그린에선 '생각보다 잘 구르네'로 가끔 현혹시키기도 하지. 어디까지나 이건 친한 사람들과의 라운드에서다."

-주말골퍼에게 당부하고 싶은 말은. "공을 칠 땐 약간의 긴장이 필요하다. 장갑을 벗을 때까지 최선을 다하라. 그리고 마음을 비워라. 누구나 할 수 있는 말이지만 곱씹어 보면 진리다."
진해 용원CC에서 한 취재 라운드에서 그는 시종일관 장타를 과시하며 70타를 쳤다.

어프로치 샷 모습. 어프로치의 경우 그는 60도 웨지를 사용했다.



-니가타 명물, 사케와 고시히카리 쌀

 일본에서 니가타현은 3백(白)의 고장으로 불린다.
일본 최고의 쌀과 맑은 사케 그리고 눈(雪)을 두고 하는 말이다. 양조장이면
양조장, 농업이면 농업과 같이 가업과 직업에 대한 소명 의식이 뚜렷하게 유지된
결과이다. 지역 특산품에 대한 애착도 한몫했다. 일본 최고의 사케와
고시히카리 쌀이 그냥 나오는 것이 아닌 것이다.

니가타는 '사케 권하는 사회'

빙허 현진건의 표현을 빌리면 '몹쓸 사회'가 '술 권하는 사회'다. 하지만 반드시 그런 것만은 아니다. 그 예외가 바로 바다 건너 일본 니가타현인 듯하다. 이곳은 빙허를 그토록 취하게 했던 암울한 세상이 아니라 술 자체의 고유한 맛과 향으로 주당들의 입맛을 사로잡은 일본 사케의 본산이다.

 니가타역이나 여객선터미널 그리고 일종의 테마파크인 후루사토무라의 특산품 가게에는 어김없이 사케 코너가 있고 시음도 할 수 있다. 국내에서 인기가 높은 쿠보타, 핫카이산, 고시노간바이 등이 알고 보니 모두 니가타산이다. 가격을 보니 핫카이산의 경우 720㎖ 한 병이 1223엔(약 1만6500원)이니 크게 비싸진 않다. 

사케가게에는 시음 코너가 있다.

가는 곳마다 사케진열대가 있다.


 사케 산지는 대부분 물이 좋은 곡창지대다. 물과 쌀이 좋아야 한다는 의미이다. 통상 일본에선 교토 지방, 고베 나다, 니가타현을 3대 산지로 꼽지만 으뜸은 단연 니가타현이다. 매년 일본에서 열리는 사케 품평회에서 입상작의 절반 이상이 니가타산이라는 사실이 이를 입증하고도 남는다.

 240만 인구의 니가타현에는 95개의 양조장에서 1000종에 가까운 사케가 만들어진다. 많이 만들기도 하지만 가장 많이 소비하는 곳도 바로 니가타현이다.

 종류가 많은 만큼 맛도 천차만별이다. 이렇다 보니 사케 소믈리에가 니가타현에만 5000여 명에 달한다. 이쯤되면 '니가타=사케 권하는 사회'란 등식이 성립하지 않을까.

 니가타의 사케는 다른 지역 술에 비해 맛과 향이 밋밋할 만큼 순하고 담백하다. 실제로 혀에 닿는 첫 느낌은 마치 깊은 산속의 약수를 맛보듯 목 넘김이 부드럽다. 술의 모든 잡맛을 제거하고 가장 물에 가깝게 만들었다고나 할까.

 일본과 가까운 부산의 유명 호텔 일식당들이 앞다퉈 사케 소믈리에를 두고 사케 프로모션을 열고 있는 것도 이제야 알 것 같다.

사케 유료 시음장 '혼슈칸'

      신칸센 에치고유자와역 내에 위치한 사케 유료 시음장 '혼슈칸'을 찾은 중국 관광객이 한쪽
         벽면에 위치한 사케 자판기 앞의 사케을 응시하며 뭘 고를까 고민하고 있다.
       사케 유료 시음관인 '혼슈칸'에서 사케를 마시는 관광객들.
       '혼슈칸'에는 30여 종의 소금이 있다. 소금은 사케맛을 더욱 좋게 하는 기능이 있단다.

 사케가 좋아 니가타를 찾았건만 1000가지나 되는 모든 사케를 맛볼 순 없다. 그렇다고 아무 사케나 살 수는 없는 법. 주머니 사정도 생각해야 되지 않겠는가. 이럴 때 사케 유료 시음장 '혼슈칸'을 찾아가자. 신칸센 에치고유자와역 안에 있다.

'혼슈칸'에선 니가타의 95개 양조사가 각각 내놓은 대표 사케들을 한자리에서 맛볼 수 있게 대형 자판기가 한쪽 벽면을 차지하고 있다.

 시음 방법은 간단하다. 500엔을 내면 5개의 코인과 시음용 잔을 준다. 이런 시스템은 홍콩의 와인테이스팅바와 같다. 사케는 크게 지역별로 분류돼 있으며 라벨에는 사케에 대한 모든 정보가 담겨 있다.

 '백견(見)이 불여 일음(吟)'. 평소 눈여겨 봐둔 사케를 맛보자. 사케 문외한이라면 한쪽 구석에 위치한 '전달의 인기 순위'를 참고하면 된다. 20위까지 있다. 쿠보다, 핫카이산, 고시노간바이는 순위만 바뀔 뿐 랭킹 5위 안에는 늘 있다. 9월에는 에치고쓰루카메와 고시노우메슈가 각각 2, 4위에 이름을 올려 놓았다.

 순위표 옆에는 일종의 안주인 30여 종의 소금과 잘게 썬 단무지가 보인다. 소금은 사케맛을 더욱 좋게 하는 기능이 있단다.

 사케 마니아에게는 중요한 팁이라 한 가지 더 소개한다. 매년 3월 중순이면 이틀간 니가타 시내 도키메세(컨벤션센터)에서 '사케노진'과 '쇼쿠노진'이 열린다. 일종의 사케와 음식 잔치로 일본판 '옥토버페스트'로 보면 된다.

 니가타현 내 95개 주조장이 모두 참여, 부스를 차리고 겨우내 만든 신제품과 간판 사케를 전시 판매한다. 입장은 무료지만 시음용 잔(2000엔)은 하나 구입해야 참여할 수 있다. 이 잔을 들고 모든 부스를 찾아 내밀면 사케를 맛볼 수 있다.

'쇼쿠노진'은 안주 공급처. 꼬치구이 등 니가타 고유의 맛을 볼 수 있다. 일본인들은 대개 취하도록 마시지 않지만 '사케노진'에선 대취한 사람들이 많다. 그래서 앰뷸런스가 항상 대기하고 있다. 니가타는 진정 '술 권하는 사회'다.

빼어난 밥맛, 아! 고시히카리 쌀


 이번 여행에 가이드를 맡은 조상덕 씨는 일본 최고의 쌀인 고시히카리와 관련된 일화를 하나 들려줬다. 일본 긴자의 최고급 요정 주인들에게 한 가지 더 최상의 서비스를 제공한다면 뭘 하고 싶으냐고 물었더니 대부분 니가타현의 우오누마산 고시히카리로 지은 하얀 쌀밥을 대접하고 싶다는 답변이 나왔다는 것.

 고시히카리 쌀 중에서도 으뜸으로 치는 우오누마산 고시히카리는 현지에서 거의 소비가 다 돼 도쿄에선 구입하기 힘들다. 돈으로도 해결 안 되는 것이 바로 우오누마산 고시히카리 쌀인 것이다.

고시히카리 쌀밥.

햅쌀의 입하를 알리는 플래카드.


 고시히카리란 밥의 찰기(고시)와 윤기(히카리)를 의미한다. 그 유명세만큼이나 밥맛은 훌륭했다. 개인적으로 니가타에 머무는 동안 고시히카리의 환상적인 밥맛 덕분에 왕성했던 식욕이 되살아났다. 윤기가 잘잘 흐르면서 탱글탱글한 반투명한 밥알들이 일궈내는 그 맛은 쌀밥이 이렇게 맛있어질 수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게 했다. 한편으로 밥에 대한 경외심마저 생겼다.

 소설 '설국'의 배경인 유자와에 위치한 스포리아 유자와 호텔의 가이세키(會席·에도시대부터 내려오는 연회 코스 정찬, 사진 위) 요리에선 타 지역과 달리 즉석에서 1인분 무쇠솥에 고시히카리로 한 밥을 대접한다. 코스식으로 나오는 푸짐한 가이세키 요리에서 맨 나중에 나오는 밥은 배가 불러 대개 남기지만 이곳에선 밥맛 덕분에 한 공기를 홀랑 비울 수밖에 없다.

     홍보를 위한 호텔 앞의 고시히카리 벼 집단.

 부산 KJA투어 정순규 소장은 "일본을 수십 번이나 다녀봤어도 이곳 니가타 현지에서 먹는 고시히카리 밥맛이 가장 좋았다"고 말했다.

 고시히카리의 수확 시기는 우리나라보다 이르다. 9월 말인데도 들녘에는 추수가 한창이었으며, 벌써 특산품점 매대에
진열된 것도 있었다. '신미입하(新米入荷)'라 적힌 붉은색 플래카드와 함께.가격은 엔환율 탓도 있겠지만 생각보다 꽤 비싸다. 최고로 치는 우오누마산 유기농 재배 고시히카리는 2㎏에 2350엔(약 3만2000원)이니 국내 보통 쌀의 8~9배 가격이다.

- 니가타현 관련 글

니가타현 (1)편 한없이 맑고 그윽한 三白(고시히카리 쌀, 사케, 온천)의 땅 니가타현 http://hung.kookje.co.kr/504
니가타현 (2)편 '雪國' 유자와마을…긴 터널 빠져나오자 그가 반긴다 http://hung.kookje.co.kr/506
니가타현 (3)편 日니가타의 보석같은 섬, 사도 http://hung.kookje.co.kr/507



 

 
니가타현에는 아직도 알려지지 않은 보석과도 같은 섬이 하나 있다. 사도라는 섬이다. 하늘에서 보면 한반도를 꼭 닮은 이 섬은 북위 38도에 위치해 있어 우리나라 동해안에서 정동쪽으로 항해하면 만날 수 있다. 이곳은 17세기 초 금광이 발견돼 도쿠가와 막부의 든든한 재정원 역할을 했다.


- 눈 없어도 즐거운 체험보물섬… 니가타항에서 제트호일로 1시간
- 금광에서 지금은 따오기 섬으로 더 유명한 사도
   
- 사금채취 체험 가능한 골드 파크, 日 자부심이 담긴 따오기보호센터
- 타악기 '고도'의 울림 느껴볼 '사도다이코 체험교류관'
- 오기항에선 '다라이부네'라는 대야모양 나무 통배 탈 수 있어

   
사도는 니가타항에서 북서쪽으로 50㎞ 떨어진 제주도 절반 크기의 섬. 부산과 후쿠오카를 오가는 비틀호와 똑같은 제트호일을 이용하면 1시간이면 도착한다.

사도는 예부터 우리의 제주도처럼 정쟁에서 패한 귀족이나 문인, 지식인들의 유배지였다. 덕분에 외진 섬이라도 생활양식이나 문화가 본토 못지않게 다양한 형태로 뿌리를 내리고 있다.

사도가 역사적으로 주목을 받게 된 계기는 '일본판 골드러시'로 알려진 금광이 발견되면서부터. 1601년 발견된 이 금광은 도쿠가와 이에야스 막부의 재정을 지탱하는 재원 역할을 하며 끊임없이 개발이 진행돼 1989년 폐광 때까지 금 78t을 채굴했다. 17세기 초에는 세계 제일의 금 생산량을 기록하기도 했다. 금맥이 동서로 3㎞, 남북으로 6㎞, 깊이가 800m에 달해 갱도의 길이가 총 400㎞에 이르지만 현재 300m를 관광 루트(아래 사진)로 개방하고 있다.


          새로운 금맥을 발견해 제사를 지내는 모습.

 서늘한 갱도에 들어서면 사람 형상의 로봇 인형이 수작업으로 바위를 깨는 모습이나 갱내의 지하수를 밤새 퍼내던 당시의 가혹한 노동 현장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동선으로 이어지는 광산자료관에는 투명한 상자에 뚫린 8.5㎝의 구멍으로 손을 넣어 12.5㎏의 금괴를 직접 들어볼
수 있게 해놓아 관람객들의 관심을 끈다.

 이곳에는 또 봉우리 자체가 금맥이어서 이를 채굴하기 위해 산 위에서 아래로 굴착을 하다 보니 봉우리가 두 쪽으로 갈라져 V자 홈이 나 있는 산이 보인다. 도유산이다. 세계적으로 보기 드문 노천굴착의 흔적으로 독특한 형상을 보여준다. 

세계적으로 보기 드문 노천 금광 굴착의 흔적. 산 이름은 도유산.

 금광 인근 니시미카와(강) 골드 파크에선 사금 채취 체험을 할 수 있다. 직경 20㎝ 정도의 플라스틱 접시를 이용, 수조 안의 모래를 퍼 조심스럽게 흔들어주면 비중이 큰 모래 속의 사금이 반짝거리며 접시 아래로 가라앉는다. 이 작업을 반복하면 제법 많은 양의 사금을 모을 수 있으며 기념으로 가져갈 수 있다.

사도는 국제보호조류인 따오기(아래 사진)의 섬이다. 따오기와 관련, 한국과 일본은 사정이 비슷하다. 양국 모두 천연기념물로 지정한 따오기는 남획 등으로 대가 끊기면서 종이 같은 따오기를 중국에서 들여와 인공번식을 통해 개체 수를 늘리고 있다. 그 장소가 한국이 경남 창녕 우포늪 따오기복원센터라면 일본은 바로 사도 따오기 보호센터이다.

 복원사업은 일본이 훨씬 앞서 있다. 한국은 2008년 중국에서 따오기를 도입해 이제 겨우 인공번식을 처음 성공했지만 일본은 1990년대부터 이미 인공번식에 공을 들여 개체 수를 160여 마리로 늘렸다. 최근에는 자연방사와 자연번식을 시도하고 있는 단계이다.

일본이 이처럼 따오기에 대해 각별한 관심을 갖고 있는 것은 따오기의 학명이 'Nipponia nippon'이기 때문. 다시 말해 일본에 의해 공식적으로 세계에 널리 알려졌다는 자부심이 대단하다.

따오기 자료 전시관에는 따오기의 탄생 비디오와 알의 견본, 골격 표본과 박제 등 따오기와 관련된 다양한 자료가 전시돼 있다.

사도는 또 한국 '김덕수 사물놀이'와 비교될 만큼 다이코(큰북)를 연주하는 '고도'라는 세계적 타악연주단체의 본산이다. 1981년 결성된 이 단체는 미국 카네기홀과 한국에서도 공연하는 등 세계적으로 유명세를 타고 있다. 사도에는 '고도'의 울림을 경험할 수 있는 '사도다이코 체험교류관'(아래 사진)이 있다. 이곳에서는 아시안게임 개막식에서나 볼 수 있는 큰북과 다양한 크기의 북을 직접 쳐보며 일본 북의 혼과 정신을 엿볼 수 있다. 여행 기간 참석자들의 호응이 가장 컸던 곳이다.


 사도 남쪽 오기항에서는 '다라이부네'(아래 사진)라는 대야 모양의 나무통 배를 탈 수 있다. 이 배는 파도가 치는 바위틈에서 미역과 전복 등을 따기 위해 사용되는 배였지만 지금은 일본 여인이 노를 저어주는 관광용으로 활용되고 있다. 원하면 직접 저어볼 수 있지만 실제로 해보면 아주 어렵다.

섬 중서부의 사도 경관 1번지인 소토카이후 해안의 센카쿠만 아게시마도 빠뜨리지 말자. 깎아지른 절벽과 복잡한 해안선이 일품인 이곳은 한국의 한려해상 국립공원을 떠오르게 한다. 단골 영화 촬영지로 유명하다.
물이 투명해 수중투시선을 타고 배 밑 창을 통해 바닷속도 볼 수 있다.

센카쿠만 아게시마.

수중 투시선.

 

※ 취재협조: 일본정부관광국(JNTO), 일본 지역 전통예능 활용센터

- 니가타현 관련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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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니가타를 가다

신칸센 에치고유자와역서 5분 거리
900년 전통 '다카한'36대째 운영 중

가와바타 야스나리 묵은 다다미방 재현
연중 국내외 관광객 발길 줄 이어
 

소설을 제대로 읽으려면 소설 속의 배경이 되는 곳에 가보는 것이 상책이다. 이를 살짝 뒤집어보면 소설을 가장 잘 쓰는 방법은 소설 속의 바로 그 현장에서 직접 쓰는 일이다. 탐미주의자 가와바타 야스나리는 소설 '설국'을 쓰기 위해 니가타현의 조그만 마을인 유자와의 료칸(일본 전통 여관) '다카한'(高半)에 머물렀다. '다카한'에는 80년 전 그가 머물며 소설을 썼던 일명 '안개의 방'인 다다미방이 재현돼 있다. 이는 이미 알려진 사실 중의 하나.

 

'설국' 배경 유자와 마을 '다카한'

 

'국경의 긴 터널을 빠져나오자 눈의 고장이었다. 밤의 밑바닥이 하얘졌다. 신호소에서 기차가 멈춰섰다'.

 

'설국'의 첫 문장이다. 두고두고 회자되는 이 문장이 니가타현 유자와를 먹여 살린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만큼 연중 많은 관광객이 찾는다.

 

이 문장에 언급된 '국경'은 군마현과 니가타현을 가르는 해발 1000~2000m의 에치고산맥이며 '긴 터널'은 에치고산맥을 뚫은, 무려 11㎞나 되는 시미즈터널이다. 도쿄에서 출발한 열차는 군마현을 거쳐 시미즈터널을 통과해야 비로소 '설국' 니가타현 에치고유자와역에 닿는다.

 

니가타현을 설국이라 부르는 것은 동해의 습한 눈바람이 이 에치고산맥에 부딪쳐 엄청난 눈을 쏟아내기 때문. 유자와마을 기요타카 가미무라 촌장은 "만물이 소생하는 4월이 와도 시미즈터널만 통과하면 여전히 눈 세상"이라며 "이웃한 마을이 10여 분쯤 소요되는 터널 하나로 이처럼 딴 세상인 것은 신기할 뿐"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지금 관광객들이 이용하는 터널은 1931년 개통된 시미즈터널이 아니다. 요즘 관광객들은 대부분 신칸센이나 고속도로를 이용한다. 시미즈터널(사진 위)은 가와바타 야스나리가 타고 다녔던 JR 열차용이며, 신칸센용 터널은 다이시미즈터널, 고속도로용 터널은 간에츠터널이다. 간에츠터널은 현재 일본에서 가장 긴 터널이다.

 

신칸센을 이용하면 터널을 빠져나오자마자 곧바로 에치고유자와역에 닿아 소설 속 '설국'의 풍경과 운치를 느낄 수 없다. 현재 도쿄에서 니가타현 유자와까지 신칸센은 1시간10, 고속도로는 3시간쯤 걸린다.

 

'설국'의 배경인 '다카한'은 신칸센 에치고유자와역에서 차로 5분이면 닿는다. 유자와마을이 한눈에 보이는 언덕배기에 위치해 있다.

가와바타 야스나리가 묵었던 1930년대의 료칸 '다카한'.


 
가와바타가 머물렀던 1930년대 '다카한' 3층짜리 목조건물은 화재로 사라졌고, 그 자리에 지금과 같은 번듯한 6층짜리 현대식 건물이 들어섰다. 안주인 다카하시(63) 씨는 "여러 번의 증개축이 있었지만 가와바타가 묵었던 2층 방의 위치는 그대로"라고 말했다.

료칸 '다카한'

'다카한'의 36대 주인 다카하시 씨.


 
'다카한' 900년 동안 후손들이 가업을 이으며 지키고 있다. 다카하시 씨는 자신은 36대 주인이며 자신의 아들이 조만간 물려받을 것이라고 했다. 그는 가와바타가 이곳에 온 것은 우연이 아니라 35대 주인인 자신의 아버지가 가와바타의 대학(도쿄대 문학부) 선배였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다카한' 2층 설국문학자료관은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올라간다. 워낙 찾는 이가 많다 보니 료칸과 아예 분리해 입장료를 받고 있다. 입구 로비에는 가와바타의 사진과 그가 직접 쓴 '설국' 첫 문장의 글귀, 다양한 언어로 출판된 소설 '설국', 1930년대 유자와마을과 '다카한'의 모습 등이 보인다.

그러다가 한쪽 벽에 걸린 여인에게 시선이 꽂힌다
. 고다카 기쿠.
소설 속 여주인공 고마코의 실제 모델이 됐던 게이샤 마쓰에의 빛바랜 사진이다. 소설 속에 그려진대로 미모의 여인이다.

(아래 사진)
 게이샤 시절 이름이 마쓰에였던 고다카는 스무 살 때 가와바타를 만나 아침마다 작가의 방에 불을 넣고 목욕물을 데웠다고 한다. 마치 소설 속에서 고마코가 시마무라에게 했던 것처럼.
그 사연이 실린 신문기사 또한 볼 수 있다.

 

가와바타가 소설을 썼던 다다미방에는 앉은뱅이책상과 화로 그리고 조그만 경대가 눈에 띈다. 경대는 가와바타가 소설 속에서 창밖 설경과 경대 거울에 비친 고마코의 모습을 대비하며 묘사한 대목에서 자주 나왔던 소품이다.

 

유자와에는 '설국'과 관련된 전시관이 하나 더 있다. '설국관'이라는 역사민속자료관을 겸하고 있는 곳이다. 역에서 '다카한'으로 가는 도중 도로변에 위치해 있다. '다카한'에서 걸어서 10분 거리. 이곳은 게이샤 마쓰에가 살던 곳이라 한다.

일명 안개의 방으로 불리는 '다카한'의 2층 방 내부.

다른 각도에서 본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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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가타현 (4)편 사케에 반하고 밥맛에 취하는 日니가타 http://hung.kookje.co.kr/505

 























 





스무 고개. 어디일까요.

일본 47개 현·도·부 중 하나입니다. 혼슈(本州) 추부(中部)지방 맨 북쪽에 위치해 동해와 접하고 있지요.

이곳의 남쪽에는 도야마현 나가노현 군마현이, 동쪽으로 후쿠시마현이, 북으로는 야마가타현이 있지요.

초등학교 졸업장으로 1970년대 일본의 수상까지 올라 일본 열도 재개조를 꿈꾼 다나카 가쿠에이의 고향입니다.

일본의 신석기시대에 해당하는 조몬문화의 유물·유적이 일본 열도에서 가장 많이 발견된 곳이기도 하지요.

너무 어렵나요.


이곳의 부속섬인 사도는 4개의 큰 섬(혼슈·시코쿠·규슈·홋카이도)을 제외하고 일본에서 두 번째로 큰 섬이지요. 따오기의 본산인 이 섬은 1601년 금맥이 발견돼 도쿠가와 막부의 주 재정원이 되었죠. 1989년 폐광 때까지 388년 동안 78t의 금을 생산했답니다.

1600년대 초반에는 세계 제일의 금 생산량을 자랑했지요. 지금은 갱도의 일부가 관광루트로 개방돼 있습니다. 일본에서 눈이 가장 많이 내리는 지역도 이곳입니다. 동해에서 불어온 습기 머금은 북풍이 해발 2000m가 넘는 에치고산맥을 넘지 못해 눈이 되는 지리적 특성 때문입니다. 한번 내리면 3~4m는 보통이랍니다. 당연히 겨울 강설량이 여름 강수량보다 많습니다.

이렇다 보니 이곳은 '스키 강국' 일본 스키의 발상지이기도 하지요. 1911년 1월 오스트리아 레르히 소령이 일본인들에게 처음으로 스키를 가르친 곳이기도 합니다. 이를 기념해 레르히 소령의 동상과 스키박물관도 있답니다.

아직도 알 듯 모를 듯 하다고요. 그럼 좀 더 진도를 나가볼까요.

니가타의 자랑 고시히카리 쌀.

일본 최고의 밥맛을 자랑하는 고시히카리 쌀과 고시노간바이, 쿠보타, 핫카이산과 같은 세계적으로 알아주는 사케(니혼슈·일본 청주) 또한 이곳 특산품입니다. 겨우내 내린 눈 녹은 청정수가 일본에서 가장 긴 시나노강(367㎞)을 이뤄 이곳 옥토를 구석구석 적시며 최고의 쌀을 만들어내고, 그 물과 쌀이 어우러져 일본 최고의 사케를 빚어내고 있지요. 양조장만 무려 95개라고 합니다. 어딜 가나 사케 매장이 눈에 띕니다. 어떤 매장에서는 실물 크기의 샐러리맨 형상을 한 인형이 술에 취해 사케 매대 앞에 쓰러져 있거나 벽에 기대 괴로워하는 모습으로 전시돼 있어 눈길을 끌더군요. 사케의 천국이지요.

신칸센 에치고유자와역 내 사케 매장에서 대만의 아가씨들이 즉석 퍼포먼스를 벌이고 있다.

다른 분야의 힌트도 필요하다고요.

이곳에는 동해에 접한 일본의 항구 중 가장 큰 곳이 있지요. 광복 후 재일교포 북송선을 떠나보낸 비정의 항구이자 일본 납북자들의 상징인 요코다 메구미의 고향이기도 하지요.

사도 오사도호텔의 노천온천. 정면은 동해바다.
노천온천에서 본 유자와마을.

지진이 잦은 일본에서 이곳은 최근 가장 주목받는 지역이랍니다. 지금까지 지진은 대도시를 낀 태평양 변이 특히 위험하고 그 반대편인 동해 쪽에는 비교적 안전하다고 생각했지만 수년 전부터 주기적으로 대형 지진이 발생해 일본 열도가 충격을 받았답니다.

황선홍 이후 11년 만에 한국인으로서 두 번째 J리그 득점왕을 노리며 조광래호에 승선한 신예 조영철 선수가 속한 프로 축구팀이 이곳에 연고를 두고 있지요.
이제 마지막 힌트입니다.

일본에 첫 노벨문학상을 안겨준 탐미주의자 가와바타 야스나리의 소설 '설국'의 배경이 바로 이곳입니다. '국경의 긴 터널을 빠져나오니 설국이었다'로 시작하는 첫 문장은 아주 유명하잖아요. 도쿄에서 신칸센으로 1시간10분이면 도착하는 이곳은 어디일까요.

정답은 니가타(新潟)현입니다. 마쓰리(축제)의 나라 일본에서 전국 마쓰리가 한데 모이는 '지역 전통 예능 전국 페스티벌'이 지난달 성대하게 펼쳐진 니가타현을 둘러보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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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산이라고 부르기엔 유난히 덩치가 큰 지리산. 지리산은 경남 하동 함양 산청, 전남 구례, 전북 남원에 걸쳐 있는 거대한 산괴다. 함양 산청 남원은 동서로 뻗은 지리산 주릉의 북쪽 땅에, 구례와 하동은 남쪽 땅에 위치해 있다.

 피아골은 전남 구례, 불일폭포는 구례와 인접한 화개장터로 유명한 경남 하동에 위치해 있다. 남해고속도로 하동IC로 나와 섬진강이 시원하게 펼쳐지는 19번 국도를 달리다 보면 이정표가 친절하게 안내한다. 피아골 입구 연곡사와 불일폭포의 들머리인 쌍계사는 차로 10분 거리.


6.25 당시 치열한 격전지 '三紅' 피아골
핏빛 단풍으로 불릴 정도로 아주 고와
피아골 대피소까지 도보로 1시간30분
 
'삼홍' 피아골 단풍

 피아골 단풍을 두고 남명 조식 선생은 '산이 붉게 타니 산홍(山紅)이요, 단풍에 비친 맑은 소(沼)가 붉으니 수홍(水紅)이요, 골짝에 들어선 사람도 단풍에 취하니 인홍(人紅)이라' 노래했다. 그 유명한 삼홍시(三紅詩)다.

만추 피아골은 환상 그 자체.

피아골 하산길의 만산홍엽.


 피아골 단풍 트레킹은 천년 고찰 연곡사에서 시작된다. 신라 진흥왕 때 연기조사가 화엄사와 함께 세운 연곡사는 신라 사찰의 지리산 입산 1호 사찰.

 이 절을 지나칠 수 없는 이유는 국내에서 가장 아름답다는 동부도(국보 제53호)와 북부도(〃 제54호)가 있기 때문이다. 선홍빛 단풍과 동부도의 환상적인 조화는 사진 작가들의 단골 출사지로 손꼽힌다.

 연곡사에서 직전마을 피아골 입구까지는 2㎞. 피아골 입구엔 공용주차장이 없어 차는 대개 연곡사 인근 대형 주차장에 세운다. 굳이 차를 고집하겠다면 식당 주차장을 이용하면 된다. 물론 산행 전후 식사는 필수.

  피아골의 어원이 되는 '직전(稷田)마을'은 오곡 중 하나인 피(기장)를 가꾸는 밭 즉 피밭이 있던 마을이다. 해서 처음에는 피밭곡(稷田谷)으로 불리다 자연스럽게 피아골로 변했다고 한다.

 하지만 지금의 직전마을 주민들 중 피 농사를 짓는 가구는 없다. 그 유명한 피아골 다랑이논의 위치를 묻는 질문에 한 주민은 경남 남해에 가면 볼 수 있다고 했다. 격세지감이다.


 피아골 단풍은 알록달록한 티가 없이 그냥 붉다. 그래서 핏빛 단풍이라 불린다. 피아골이 6·25 전쟁 때 빨치산과 국군이 치열한 전투를 벌였던 격전지여서 당시 망자들이 흘린 피 때문이라고 한다. 함태식 선생은 "1984년 피아골 대피소 건립 때 이곳에서 인골 한 트럭분이 나왔다"고 말했다.

 단풍이 목적이라면 피아골 대피소(4㎞)까지만 가면 된다. 1시간30분쯤 걸리지만 선유교 삼홍교 구계포교 선녀교 등 4개의 다리를 왔다갔다하며 계곡의 비경과 선홍빛 단풍을 렌즈에 담다 보면 훨씬 더 걸릴 수도 있다. 고개를 들면 핏빛 단풍이 물들어 있고, 머리를 숙이면 맑은 계곡물이 수줍은 듯 단풍빛을 토해내는 절경은 아름답기 그지없다. 그 어떤 미사여구로도 제대로 표현하기 어려울 정도다.

흔들다리인 구계포교.

 피아골 단풍이 가장 아름다운 삼홍교까지 35분, 흔들다리인 구계포교까지 17분, 대피소 입구 선녀교까지 43분 정도 잡으면 된다. 산꾼들은 노고단~임걸령~피아골의 4시간30분 코스나 반선~뱀사골~화개재~임걸령~피아골의 8시간 코스로 등산할 수도 있다.

3 0~31일 피아골 일원에서는 '삼홍(三紅)과 함께하는 오색단풍 여행'이란 주제로 제34회 피아골 단풍축제가 열린다. 지난 23일 피아골 삼홍교와 구계포교 중간쯤까지 내려와 물들고 있을 단풍은 오는 31일쯤 절정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쌍계사에서 불일폭포까지 2.4㎞, 1시간 걸려
60m 높이 불일폭포 주변은 화엄 세계 방불케 해
단풍은 이번 주 보다 다음 주에 더 좋을 듯

 
화엄 세계 따로 없는 불일폭포

 겸재가 그려 더욱 유명해진 불일폭포도 피아골 단풍과 마찬가지로 '지리산 10경' 중 하나. 60m  높이에서 떨어지는 시원한 물줄기 때문에 여름철에 주로 찾는다. '지리산 시인' 이원규도 그의 시 '행여 지리산에 오시려거든'에서'불일폭포의 물 방망이를 맞으려면, 벌 받는 아이처럼 등짝 시퍼렇게 오고'라고 표현했을 정도.

하지만 만추의 불일폭포도 폭포의 장엄함과 함께 폭포 옆 기암절벽을 울긋불긋 뒤덮는 화려함이 어우러져 마치 화엄의 세계를 방불케 한다. 

불일폭포에서 불일평전으로 하산하는 등산객들.

 불일폭포 가는 길의 들머리는 화엄사와 함께 지리산에서 가장 관람객이 많은 쌍계사. 최치원이 짓고 친필로 쓴 것으로 알려진 진감선사 대공탑비(국보 제47호)를 잠시 둘러보고 9층 석탑 좌측 계단으로 올라선다.


 쌍계사에서 불일폭포(옆 사진)까지는 2.4㎞. 처음 300m는 가파른 돌계단이라 힘들다. 이후 쉬엄쉬엄 걸어도 1시간이면 닿는다. 도중 쌍계사의 유일한 산내 암자인 국사암 갈림길도 만난다. 200m 정도 거리여서 잠시 다녀오자. 문 앞을 지키는 1200년 된 느티나무를 놓치지 말자. 가지가 사방 네 갈래로 뻗은 이 거목은 일명 사천왕수(四天王樹)로 불린다.

 최치원이 지리산에 은거하면서 학을 불러 타고 다녔다는 환학대를 지나면 뜻밖에도 너른 평지가 기다린다. 세석평전 돼지평전처럼 지리산에서 몇 안 되는 평전이다. 불일평전이다. 3년 전 작고한 변규화 선생이 30여 년간 머문 '봉명산방'이라는 작은 휴게소가 있다. 마당에는 변규화 선생이 만든 한반도를 닮은 작은 연못과 소망탑이 보인다.

 불일폭포는 휴게소에서 10분 거리. 가파른 오르막 끝에 불일암이 있고 그 아래로 내려서면 폭포가 보인다. 피아골보다 해발이 낮아서인지 폭포 주변에만 단풍이 약간 물들어 있을 뿐 아직은 초록이 우세하다.

불일암에서 본 풍광. 담을 낮춘 운치가 엿보인다.

화개골에 살며 이곳을 가끔씩 찾는 여성 산악인 남난희 씨는 "지리산에서 널리 알려지지 않은, 단풍이 아름다운 곳"이라고 말했다. 피아골은 이번 주말, 불일폭포는 그 다음 주말까지 기다려야 단풍을 볼 수 있을 듯하다.

■ 지리산 능선을 닮은 함태식·남난희

 함태식 선생(아래 사진)은 현재 환경부 촉탁직을 맡아 연곡사 입구 작은 통나무집을 사무실로 쓰고 있다. 소임은 '지리산 지킴이'로 매일 오전 9시에 출근하고 오후 6시에 퇴근한다. 피아골 탐방지원센터 한 쪽에서 자취생활을 하고 있다.


 피아골 산행에 동행할 수 없느냐는 요청에 "난 이제 국가의 녹을 먹고 있어 근무해야 하며, 지금은 젊은이들과 보조를 못 맞춘다"고 말했다.

그는 얼마 전 대한산악연맹 부산연맹이 주최한 '부산산악문화축제'에서 지리산 보존과 한국 산악문화발전에 기여한 공로로 금정대상을 받았다. 뒤늦게 소감을 묻자 "산에서 쫓겨난 늙은이 위로할려고 준 거야. 그래도 막상 받고 나니 가슴이 뭉클해지더라고. 큰 상도 받았는데 남은 삶을 지리산을 위해 바쳐야지."


 산에서 내려온 그는 요즘 무척 기운이 떨어지고 있다고 했다. 체중도 3㎏나 쪄 63㎏, 허리도 2인치 늘어 36인치라고 했다. 평지를 걸으면 중심이 약간 흔들린다고도 했다. "여기도 산이잖아요"라는 농담을 던지자 "피아골 대피소가 있는 해발 900m는 돼야 산이다"고 힘주어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대뜸 케이블카 얘기를 꺼냈다. "비록 난 환경부 직원이지만 지리산 케이블카는 절대 반대야. 몸이 불편한 사람도 산에 오를 권리가 있지 않느냐고 하는데 난 대를 위해선 소를 희생해야 한다고 생각해."

 여성산악인 남난희 씨는 얼마 전 17세 아들과 단둘이 백두대간 종주를 끝냈다. 그는 지리산 자락에서 자연을 무대로 뛰놀던 아들이 대간 종주를 통해 어른이 돼 가고 있음을 느꼈다고 했다. 한때 국내 산악계를 호령하던 그가 지금은 비록 산을 내려왔지만 아들만은 산과 소통하며 성장하기를 바라고 있었던 것이다.                             여성 산악인 남난희.

뭐랄까, 함태식 선생은 부드러우면서 꼿꼿함이, 남난희는 투박하면서도 섬세한 분위기가 풍겨나왔다. 아마 지리산 덕분일 게다. 그러고 보니 두 사람은 지리산의 능선을 빼닮았다.

■ 가볼 만한 단풍 축제

단풍이 남쪽으로 그 세력을 떨치고 있다. 단풍이 특히 고운 산을 끼고 있는 전국 각 지자체들은 축제를 마련해 산꾼들을 유혹하고 있다.
 
 전남 장성군 백암산 기슭에 위치한 고불총림 백양사에서는 11월 5~6일 백양단풍축제가 열린다. 대한8경 중 하나인 백암산 백양사 단풍은 전국에서 가장 선명하고 빛깔이 고운 애기단풍으로 유명하다. 쌍계루의 단아한 자태와 백암산 중턱의 백학봉의 멋진 조화가 일품이다.
 
 이웃한 내장산에서는 31일 내장산단풍 부부사랑축제가 열린다. 내장산 단풍은 금산사의 벚꽃, 변산반도의 녹음, 백암산 설경과 함께 호남4경으로 손꼽힐 정도로 아름답다. 걸출한 산세 또한 일품이라 산꾼들이 즐겨 찾는다.

피아골과 쌍벽을 이루는 지리산 뱀사골은 지난 24일 '단풍이 없는 단풍제'를 개최했다. 하지만 단풍은 피아골과 마찬가지로 이번 주말부터 절정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

한반도에서 가장 단풍이 늦게 물드는 전남 해남 두륜사 대흥사(아래 사진)에서는 올해부터 축제는 없지만 11월 6~14일 아름다운 단풍을 감상할 수 있다.

전남 해남 두륜산 대흥사 부도전.

지리산 핏빛 단풍 소식 (1)편은 여길(http://hung.kookje.co.kr/508)클릭하시면 볼 수 있습니다.



지금 지리산은 단풍 절정


'가을의 전령' 억새 사진이 신문 1면을 장식한 게 엊그제 같은데 설악에서 출발한 단풍이 시나브로 우리네 가슴 속으로 다가왔습니다.
 
 가을 산의 정취는 누가 뭐래도 단풍입니다. 산꾼들은 요즘 신이 났겠지요. 단풍의 남하 속도와 보조를 맞춰 산행을 떠나는 호사를 누리고 있을 테니까요. 평소 산에 눈길 한 번 안 주던 '아줌마 부대'도 연중 행사로 관광버스나 열차에 몸을 싣고 단풍놀이를 떠나겠지요. 우리 산하는 지금 제 몸을 태워 온 산을 붉게 만들고 있습니다. 바야흐로 화려하고도 요염한 단풍 시즌입니다.

이번 주말 지리산 피아골 단풍이 절정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 

 기상청과 지리산 국립공원에 따르면 지난달부터 비가 많이 내린 가운데 일교차도 커 올 단풍은 예년에 비해 아주 곱다고 합니다. 사실이었습니다.

지난주 지리산에 다녀왔습니다. 언제나 그 아름다움을 칭송받고 있는 지리산 단풍도 핏빛  아우성으로 타오르기 시작했습니다. 산기슭이나 계곡 허리춤은 비록 봉홧불 수준에 그치고 있었지만 1000m 주릉 주변에는 이미 거대한 들불로 번지고 있었습니다. 이번 주말이면 지리의 이 계곡, 저 골짝 구석구석에도 온통 피바다로 물이 들 것 같습니다.


이번 단풍 여행에는 피아골과 불일폭포(우측 사진) 두 곳을 택했습니다. 피아골 단풍이야 '지리산 10경(景)'에도 포함돼 있을 만큼 단풍에 관한 한 명불허전일 테고, 여름에 주로 찾는 남부능선 쪽의 불일폭포는 수년 전 지리산에서 만난 한 산꾼이 만추의 불일폭포가 생각보다 아름답다고 한 말을 떠올렸기 때문입니다.

그곳에선 또 생각지도 못했던 지리산 사람을 만났습니다. '지리산 호랑이' 함태식(82) 선생이었습니다. 지난해 5월 피아골 산장을 마지막으로 40년간의 산 생활을 정리하고 하산, 지금은 피아골 입구 작은 통나무집을 사무실로 쓰며
지리산 지킴이 역할을 하고 있었습니다.  
 
단풍을 취재하러 왔다는 말에 함 선생은 "피아골 대피소 샘터 옆 계곡 아래 등이 휜 단풍나무가 가장 늦게 물들고 가장 아름답다"며 "그 나무를 꼭 소개하라"고 당부하셨습니다. 1967년 지리산이 국립공원 1호로 지정될 때 숨은 공신이었으며, 이후 '지리산 호랑이 역할'을 자임하며 산 사랑을 실천하셨던 선생의 여전한 지리산 사랑을 엿볼 수 있었습니다.

화개골의 여성 산악인 남난희 씨도 다시 만났습니다. 당시 인연이란 말을 유난히 소중히 여겼던 그는 "요 며칠 단풍 산행하느라 집을 계속 비웠는데 여전히 인연이 이어지고 있다"며 활짝 웃으며 차를 대접해 주었습니다.

불일폭포 이야기를 좀 해달라는 요청에 그는 "불일폭포는 진달래가 한창인 4월 중순과 단풍이 울긋불긋한 10월 말~11월 초가 가장 아름답다"고 말했습니다. 폭포 우측 절벽을 감싸며 불타오르는 만산홍엽의 풍광은 화엄의 세계가 따로 없다고 했습니다.

피아골과 불일폭포는 머나 먼 산행 코스 중의 일부지만 이곳만을 목표로 한다면 가족 단풍 트레킹 코스로 안성맞춤입니다. 인파가 북적이면 좀 어떻습니까. 일단 떠나보세요. 딴 세상이 펼쳐질 것입니다.

'피아골의 단풍을 만나려면, 먼저 온몸이 달아 오른 절정으로 오시라'.('지리산 시인' 이원규의 시 '행여 지리산에 오시려거든' 중) 안치환은 이 시에 곡을 붙여 노래를 만들어 놓았더군요. 이동 중 한 번 들어보세요.

지리산 피아골 입구 연곡사가 단풍에 물들었다. 국내에서 가장 아름답다는 연곡사 동부도(국보 제53호) 및 동부도비(보물 제153호)를 감싸고 있는 선홍빛 단풍은 전국의 아마추어 사진 작가들의 발걸음을 지리산으로 옮기게 한다.

지리산 핏빛 단풍 소식 (2)편은 여길(http://hung.kookje.co.kr/509)클릭하시면 볼 수 있습니다.

 

해운대구 좌동 한정식집 '이재(李齋)'


잘게 썬 같은 재료와의 맛 차이는 천양지차
보쌈과 회 동시에…가족모임 상견례에 제격
"한식 세계화의 초석 우리가 놓을 거예요"

방문을 열고 들어서니 5개의 와인잔(아래 사진)에 농담을 달리하는 노란 빛깔의 액체가 절반가량 들어 있다. 자세히 보니 와인잔 밑에 조그만 이름표가 붙어 있다. 매실 메밀싹 사과 유자 생강이라 적혀 있다. 방안에는 장성한 청년 두 명과 어머니가 앉아 있다. 어머니는 전문가 수준의 아마추어 요리연구가 주미(52) 씨이고 두 청년은 연년생 아들 이청원(30) 봉천 씨이다. 최근 두 아들이 함께 문을 연 한식당에서 어머니가 아들에게 음식 강의를 전수하고 있는 모습이다. 불을 끈 후 글을 쓰고 떡을 써는 석봉의 모자가 떠오른다.











 "기존 식당에서 사용하는 모든 재료는 거의 비슷하다. 차이라면 얼마나 그 재료들을 연구하고 조합하느냐에 달려 있다." 서론은 대충 그랬다.
 와인잔의 액체는 어머니 주 씨가 3년 정도 발효시킨 매실 메밀싹(아래 사진) 등의 진액. 희석시켜 음미해봤다. 향기가 좋고 깊은 맛이다. 톡 쏘는 맛이 강한 생강의 발효 진액이 이렇게 깊은 맛을 낼 줄이야.

 "생강을 잘게 썰어 음식에 곁들인 것과 발효시킨 진액을 넣은 음식 중 어느 것을 택하겠어요. 당연히 후자겠지요. 이게 바로 웰빙식이자 한식 세계화의 초석이 되지 않겠어요." 다시 한 번 값비싼 와인을 음미하듯 한 모금 입에 넣어 혀로 살살 굴린 후 넘겼다. 맛에도 저력이 있다는 표현이 이럴 때 어울린다.
 해운대구 좌동 백병원 옆에 위치한 한식집 이재(李齋·051-703-9001). 이곳 음식 하나하나에는 발효 진액과 제철 과일로 만든 소스 등 천연조미료로 맛을 낸 웰빙음식이 기다리고 있다. 깔끔한 인테리어에 곳곳에 요즘 보기 드문 됫박과 돌로 된 조각품들이 배치돼 운치도 좋다. 상견례나 가족 모임은 물론 외국인들에게 한국의 맛을 알리기에 안성맞춤이다.

커다란 소쿠리에 나온 보쌈과 각종 다른 음식.

 회·보쌈(1인 2만 원)과 스페셜 보쌈(3만 원)은 회와 보쌈을 동시에 맛볼 수 있다. 둘은 버섯찜 새우칠리볶음 전복 참치 등 요리 가지 수와 질에 약간의 차이가 있다.
 샐러드가 먼저 나온다.
양배추 샐러드의 과일 소스는 새콤달콤, 닭가슴살 샐러드(아래 사진)의 유자 소스는 '예술이다'. 3년 발효시킨 유자 진액이 퍽퍽한 닭가슴살 맛을 새롭게 태어나게 해준다.


부침개는 식지 말라고 무쇠철판 위에 나오고, 신선한 생선회는 개불 멍게 등 각종 해산물과 함께 나와 푸짐하다. 고래고기도 보인다. 오향족발까지 곁들이니 배가 금세 불러온다. 커다란 소쿠리에 또 다른 산해진미가 올라온다. 메인인 보쌈과 김치다. 함께 나온 사과를 베이컨으로 싼 베이컨말이와 치즈와 은행을 곁들인 그린 홍합을 맛볼 때는 한식과 양식의 경계를 넘나드는 맛의 조화를 느낄 수 있다.

회와 각종 해산물.
먹음직스러운 보쌈김치.
 
워낙 푸짐해 식사는 통상 손님 10명 중 3명 정도 한다고. 비벼먹기에 좋게 양은냄비에 각종 나물이 나와 된장과 함께 먹는다. 후식은 생강단술. 3년 발효의 진면목을 다시 확인할 수 있다.
 점심 시간에는 7000원짜리 정식을 먹으면 좋다. 불고기나 된장 제육볶음 생선조림 등이 매일 번갈아가며 나온다.

 연세대 경영학과를 나온 이청원 점장은 "아직은 어머니의 도움을 받고 있지만 머지않아 어머니의 손맛에 젊은이 특유의 고유한 색깔을 가미해 한 단계 더 업그레이된 한식집을 만들겠다"고 말했다. 경희대 외식경영학과를 나와 국내외에서 다양하게 서비스업을 경험한 봉천 씨는 "맛과 서비스 면에서 해운대를 넘어 부산에서 최고의 한식집이 되도록 노력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이청원 점장(왼쪽)과 연년생 동생 봉천 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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